라이벌전 명승부 벌인 감독들 “아 힘들다”

입력 2014.02.27 (22:24)

수정 2014.02.27 (22:32)

"아, 정말 힘드네요."

27일 경기도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실에 차례로 들어온 안산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과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이렇게 말했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될 수 있었고 여기에 자신의 안방에서 '은행 라이벌' 우리은행의 잔치를 막아내겠다는 신한은행의 반격이 제대로 맞부딪혔다.

두 팀은 은행권에서뿐 아니라 여자농구에서도 대표적인 라이벌 관계다. 2000년대 중반 여자농구 왕좌를 놓고 챔피언결정전 등에서 맞대결을 자주 벌였고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신한은행의 코치였던 위성우, 전주원이 우리은행으로 옮기면서 '경쟁 관계'가 재점화됐다.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보여주듯 이날 와동체육관은 1천500명 관중이 빽빽이 들어찼고 이순우 우리금융회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양 은행의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정치 일정이 바쁜 최경환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도 3쿼터 중반에 체육관에 도착하는 등 이날 경기에 쏠린 시선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경기 내용도 박진감 넘쳤다.

경기 한때 13점이나 뒤지던 신한은행이 4쿼터에 맹추격에 나서 종료 2분을 남기고 첫 역전에 성공, 기어이 75-72로 이겼다.

경기가 끝난 뒤 두 팀 감독은 녹초가 된 모습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선수들이 여기서 우승 잔치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욕이 강했다"며 "10점 차 정도만 유지하면 4쿼터에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3쿼터가 지나면서 상대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고 지적하며 "3월 2일 우리은행과의 재대결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규리그 우승은 다른 팀이랑 할 때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자 교체해주지 않았던 것이 패인"이라며 "하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그래도 내용이 나쁘지 않았고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는 점에 위안을 삼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만날 때마다 명승부를 벌이는 두 팀은 3월 2일 우리은행의 안방인 춘천 호반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겨 재대결한다.

양 감독은 접전에 피가 마르지만 농구 팬들은 또 한 번 재미있는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며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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