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방사포가 뭐기에…

입력 2014.03.06 (11:39)

수정 2014.03.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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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국방부 기자실에 앉아 있기가 불안합니다.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항해 스커드 미사일이니, 방사포니, 여러 발사체를 골고루 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속보경쟁 시대여서, 군 당국이 미사일 발사했다고 기자실에 알려오면 바로 뉴스 속보 자막을 넣어야 합니다. 그때 화장실에라도 가있으면 난감하죠.

몇 분 차이도 안 나는데, 속보경쟁이 뭐가 중요하냐, 조금 늦더라도 정확한 뉴스를 내보내는 게 더 바람직한 것 아니냐, 반론이 있을 수 있고 저 역시 그 생각에 동의하지만, 그래도 경쟁에 끌려가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북한은 남한의 기자들이 발사체 소식을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북한이 어느 날엔 스커드 미사일을 쏘고 다른 날엔 방사포를 쏘는데, 이 방사포라는 무기의 이름이 조금 이상해서,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의문이 듭니다.

흔히 포라고 하면, 포신 안에서 폭발하는 장약의 힘으로 탄두가 발사되는 형태의 무기를 뜻합니다. 이에 비해 고체 연료나 액체 연료의 연소에 의해 계속 추진력을 유지하며 날아가는 발사체는 로켓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발사체에 유도장치가 달려있으면 그 발사체는 미사일이라고 부릅니다. 최근에는 기존의 로켓에도 유도장치들이 많이 장착되는 추세여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대략적인 구분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방사포를 보면, 자체 추진력을 이용해 날아가는 발사쳅니다. 로켓이라는 이야깁니다. 그래서 방사포의 다른 이름은 다연장 로켓입니다. 발사관 여러 개가 붙어있어서 다연장이라는 말이 앞에 붙은 거죠. 그런데 왜 방사포라고, ‘포’라는 분류명을 썼을까요?



궁금하던 차에 오늘 북한의 조선중앙TV를 보다가 북한 아나운서가 ‘방사포’라는 말을 쓴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북한에서는 포와 로켓, 미사일이라는 분류가 없는 모양입니다. 어쩌면 남한 군 당국도 북한의 명칭을 그대로 받아서 쓰다보니 다연장 로켓이라는 표현 대신 ‘방사포’라는 말을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우리측 다연장 로켓을 보고 ‘방사포’라고 부르지는 않으니까요.

이 방사포가 요새 화제입니다. 키 리졸브 기간 동안 북한이 8발의 신형 방사포를 발사했는데, 사거리가 155km나 됐습니다. 북한이 가진 기존의 방사포가 4천여 문이라는데, 이 신형 방사포가 몇 문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수 많은 방사포가 불을 뿜는데, 그 사거리가 155km라면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휴전선 인근에서 쏘면 계룡대까지 미친다고 하니, 수도권이야 말할 필요가 없겠죠.

미사일은 액체 연료를 쓰는데, 미리 액체를 채워두면 미사일이 손상되기 때문에 발사를 앞두고 그 때마다 연료를 채워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탐지가 되면 발사까지 전 과정을 상대가 알게 되죠. 사전에 무력화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방사포는 고체연료를 쓰기 때문에 사전 탐지가 어렵습니다. 이동식 차량에 실려 있어서 기동성 있게 움직이기도 합니다. 여러 발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에 요격도 어렵습니다. 미사일보다 대처가 힘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개전 초기에 이 방사포를 공군 비행장 등을 향해 집중 발사할 겁니다. 기체가 맞으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활주로가 파괴되면 비행기가 못 뜨니까요. 북한이 두려워하는 주한미군 공군 전력에 타격을 주기 위해 오산 비행장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번 한미 키리졸브 훈련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쏜 것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 군도 당연히 신형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발사 훈련을 하는데, 북한이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쏘는 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런데 우리와 북한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미리 주변에 알리고 쏘지만, 북한은 이번에 경고 없이 쐈다는 겁니다. 북한이 방사포를 쏜 시각으로부터 5분여가 지나서 중국 민간 항공기가 방사포 궤적 인근을 지났다고 하니, 그 항공기에 타고 있었던 승객들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기분 나빴겠습니까.



어쨌든 키 리졸브 훈련도 이제 끝나가고 하니, 이제 북한은 발사체 좀 그만 쐈으면 좋겠습니다. 9시 뉴스 리포트를 연일 만들다 보니 집에 늦게 들어가게 되고, 우리 딸 잠들지 않은 얼굴 본 지도 꽤 오래 됐거든요. 북한 포병들도 이제 좀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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