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100원 택시’ 타보실래요?

입력 2014.03.06 (17:59)

수정 2014.03.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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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택시, 얼마나 자주 타시나요? 어쩌다 늦잠을 자 출근길이 다급할 때나 버스나 지하철도 끊어진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많이들 찾으시죠? 하지만 도시와 달리, 바로 이 택시가 필수인 곳이 있습니다. 버스가 하루 두어 번, 혹은 아예 다니지 않는 군 단위 농어촌 마을의 얘기입니다.

지난 1월 27일, 경남 합천군의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지난해 11월 택시 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26% 올린 지 두 달여 만의 일입니다. 전국 택시 기본요금이 지난해 하반기 15% 올랐으니, 평균에 비해서도 인상폭이 큰 편입니다. 하지만 비단 합천군만의 일은 아닙니다. 강원 영월군 27%, 충남 청양군 20%를 비롯해 경남 5개 농어촌 군 지역은 기본요금 4,000원으로 최대 48%까지 올랐습니다. 도시보다 군 단위 농어촌 지역의 택시 기본요금 인상폭이 훨씬 큰 겁니다.



취재팀이 주목한 문제는 단순히 높아진 택시 기본요금이 아니라 농어촌 지역 주민들의 ‘교통복지’였습니다. 농어촌 마을은 도시처럼 버스가 촘촘히 연결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취재팀이 방문한 경남 합천군 묘산면 봉곡리 역시 하루 두 번, 그마저도 오전 중 시내버스가 끊기는 외딴 마을입니다. 농어촌 지역의 특성상 대부분의 주민은 60-70대 이상 고령의 어르신들. 읍내의 병원에 가야할 일이 많지만, 몇 안 되는 버스를 놓치거나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읍내로 나가려해도 발이 묶이기 일쑤입니다. 때문에 어르신들에게 택시는 오가지 않는 버스를 대체할 유일한 교통수단입니다. 하지만 13km 밖 읍내에 한 번 나가는데 택시비는 편도 16,000원, 왕복 32,000원으로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농어촌 지역 주민들이 교통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입니다.

물론 도시보다 농어촌 지역의 택시요금이 비싼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택시 기본요금을 올린 지자체와 택시업계 측은 농어촌 지역일수록 택시 이용객이 적고 이동거리가 멀어 기본요금을 올리지 않고는 영업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취재를 위해 찾은 농촌 마을에서는 택시 수십 대가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줄지어 손님을 기다렸지만 두세 시간이 넘도록 빈차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루 사납금 채우기도 빠듯하다는 택시기사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농어촌 지역 주민들의 교통복지도 챙기고, 택시업계의 고충도 해결할 방안은 없는 걸까요.



‘단 돈 100원에 택시를 타자.’ 해답은 오히려 역발상에 있었습니다. 충남 서천군이 버스가 다니지 않는 23개 마을에서 운영하는 ‘희망택시’이야기입니다. 희망택시는 각 마을회관에서 출발해 면 소재지까지 단 돈 100원, 읍내까지는 버스 기본요금인 1,100원만 내면 됩니다. 나머지 택시 요금은 군청에서 지원을 해주죠. 운행시간도 유동적입니다. 각 마을에서 협의해 희망택시를 선정한 뒤 택시기사와 주민들의 편의에 따라 시간표를 정하고, 다급할 때는 추가운행도 합니다. 지난해 초 시범운행을 거쳐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희망택시 제도는 올 1월까지 1만 6천여 명의 주민들이 이용했습니다. 하루 평균 2.8명이 이용한 건데,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호응이 높았습니다. 택시업계도 한 달 수십만 원의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니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군청 재정은 어떨까요? 희망택시 지원에 연간 7천만 원, 시내버스를 증차할 때와 비교해 보면 1/3 수준에 불과합니다. 농어촌 주민들의 교통복지도 챙기고, 택시업계의 수입도 보장하고, 예산절감 효과도 보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인 셈입니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도시에선 어쩌면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교통복지. 하지만 교통 사각지대에 사는 주민들에게 '이동권'은 최소한으로 보장받아야 할 복지입니다. 건강을 챙기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을 하는 최소한의 생활이 바로 이동권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는 몸이 불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대중교통 노선이 없는 곳에 사는 주민들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통복지 사각지대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 노력이 전국적으로 시작되는 겁니다. 복지, 거창한 것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치열하게 정책을 고민한다면 ‘희망택시’처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복지정책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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