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숨진 오대위 영혼이 찾아와서…” 부대 측의 황당한 종용

입력 2014.03.22 (20:03)

수정 2014.03.22 (20:06)

상관의 성추행과 야근 강요 등의 가혹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른바 '오 대위 사건' 재판 과정에서 부대측이 유족에게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숨진 오 대위의 영혼이 가해자인 노 소령을 풀어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故 오 대위 사건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달 25일, 오 대위가 근무했던 강원도 화천 전방 사단에서는 2군단 보통군사법원의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비공개로 이뤄진 현장검증에는 유족측 대표로 오 대위의 아버지, 고모부, 그리고 유족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변호사가 참석했다. 그런데 검증이 끝난 뒤, 이 부대의 부사단장은 유족측 변호사를 나가게 한 뒤, 아버지와 고모부에게 황당한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오 대위가 사망한 뒤 한 여성이 부대를 찾아와, 숨진 오 대위 영혼을 접했다며 불교의식의 하나인 천도재를 지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논의 끝에 부대에서 군종법사가 주관하는 천도재를 지냈는데 여기에도 그 여성이 참석해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오 대위 영혼이 '아빠, 나는 잘 있으니까 노 소령을 풀어주세요. 놔주세요. 더 괴롭히지 마세요' 라고 말하더라"

부사단장은 '노 소령을 풀어주라'는 이 여성의 말을 유족들에게 전했다. 자신의 귀를 의심한 유족들이 '노 소령을 용서해주라는 말이냐, 고소를 취하하라는 뜻이냐'고 반문하자, 부사단장은 '법적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故 오대위 아버지는 "이거는 아니다 싶은 거예요, 진짜 아니다 싶은 거예요. 딸을 잃은 마음에 안 그래도 죽을 지경인데 그 말이 믿어져요? 누가? 나는 미신을 안 믿어요. 진짜 열받았었어요" 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대위의 어머니 역시 "아무리 군대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습니까? 무당이 그렇게 말을 해도 자기(부사단장)가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되지요, 그건 노 소령 편드는 것밖에 안 됩니다"라고 눈물을 쏟아냈다.



KBS 취재진이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부사단장은 발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가해자를 용서하라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부사단장은 "마음 아픈 부모를 상담하는 차원에서 얘기를 했지, 가해자를 용서하라고 말하거나 고소를 취하하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정확히 어떤 말을 했으며, 문제의 발언을 한 그 여성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사적인 대화였기 때문에 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편 군 당국은 오 대위 재판과정에서 불거진 부대의 증거 은폐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오 대위의 야근을 입증할 부대출입기록을 처음에는 '기록이 삭제됐다'고 했던 부대측이 문제가 불거지자 '실무자의 검색 권한이 제한돼 있어 착오가 생겼다'며 증거조사 절차가 모두 끝난 뒤에야 재판부에 제출한 경위가 핵심 조사대상이다.

지난 20일 열린 오 대위 사건 선고공판에서 군사법원은 강제추행 등 오 대위와 관련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도 피고인 노 소령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구속됐던 노 소령은 풀려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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