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모든 게 의문 투성이…한밤의 버스 폭주

입력 2014.03.24 (10:48)

수정 2014.03.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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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자정쯤, 평온하던 서울 송파구의 한 도로.. 정거장에서 승객을 태운 버스가 평소와 다름없이 다시 출발합니다. 23시 43분. 승객 세 명을 태운 버스가 갓길에 멈춰 있던 택시를 갑자기 들이받습니다. 불행하지만 특별한 것도 없었던 교통사고. 그런데 바로 이 순간부터 의문투성이의 '송파구 버스 연쇄추돌 사고'가 시작됩니다.



버스가 택시를 들이받으면서 줄지어 서 있던 택시 3대가 모두 피해를 입은 상황. 그런데 당연히 멈춰서야 할 버스는 이상하게도 그대로 내달렸습니다. 사고 수습은 고사하고 교통 신호까지 어겨가며 폭주를 시작한 겁니다. 첫 번째 사고를 낸 뒤 1.1킬로미터를 더 달린 버스는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또 다른 버스를 들이받고서야 멈췄습니다. 불과 3분 사이 벌어진 죽음의 질주였습니다. 사고를 낸 버스의 운전기사와 또 다른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이 숨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은 참사였습니다.



"왜 버스는 폭주한 걸까?" 쏟아지는 의문들.. 첫번째 의문, 버스 급발진 또는 제동장치 결함으로 인한 사고다? 이상한 점은 폭주하던 버스가 다른 버스를 들이받고 멈춰선 사고 장소에 '스키드 마크', 즉 차량이 급정거할 때 생기는 바퀴 자국이 없었습니다. 사고 직전까지도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건데, 차량 결함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경찰의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버스의 제동장치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사고 버스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정밀 감식하고 있는데 감식에 참가한 한 공업사 관계자는 점검결과 제동장치는 이상이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겁니다. 버스의 제동장치가 문제가 없었는데도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제 의혹은 운전기사에게로 향합니다.

둘째. 정말 기사는 제동 장치를 밟지 않았을까? 경찰은 사고 버스 운전자가 숨진 탓에 운전자를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고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3명의 진술이 중요합니다. 버스 기사의 마지막을 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3명의 목격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 승객은 먼저 발생한 택시 추돌 사고 후에도 버스기사가 아무런 노력 없이 그대로 버스를 몰았다고 말합니다. 버스를 세우라고 승객들이 소리쳤지만 기사는 일언반구 대답없이 그대로 버스를 몰더니 두 번째 사고를 냈다는 겁니다. 이 말만 들으면 버스 기사가 의도적으로 사고를 냈다고 의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승객은 첫 번째 사고가 난 뒤 버스 기사가 차를 세우려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 3명뿐인 목격자들조차 의견이 다른 겁니다.

버스 기사의 고의성을 알 수 없는 상황. 경찰은 기사의 신변 문제나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심장발작이나 뇌졸중 등을 일으켰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역시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동료 증언에 따르면 버스 기사는 최근,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을 만큼 매우 건강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모든 게 미궁에 빠진 상황입니다.



세번째 제기된 의문, GPS(위치추적장치)는 왜 꺼졌을까? 버스회사로 전송되는 버스 위치추적장치는 사고 직전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버스회사는 의도적으로 이 장치를 끄지 않는 이상 저절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위치추적장치가 꺼진 시간은 불과 사고 1분 전. 경찰은 경찰차에도 위치추적장치가 있지만 가끔 꺼진다며 꼭 운전자가 끈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19명의 사상자가 나온 대형 참사였지만 아직까지 추정할 사고 원인조차 없는 상황. 경찰은 차량 정밀 감식과 숨진 운전자의 부검 결과, 그리고 운전기사를 촬영한 사고 버스의 내부 블랙박스 영상이 복원되면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각종 억측과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송파구 버스 연쇄 추돌사고'. 안타까운 두 청년의 목숨도 앗아갔기에 진실이 반드시 밝혀지길 바랍니다.

'취재후' 속 '취재후'... 사고 원인은 의문투성이지만 사고가 남긴 안타까움은 크기만 합니다. 이날 사고 당시 운전기사와 함께 숨진 사람은 19살 이 모 군.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로 신입생 환영회를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또, 18살 장 모 양은 이 군의 대학 동기로 함께 버스에 타고 있다 중상을 입어 뇌사 상태에 빠졌고, 가족의 장기 기증 결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안기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난 지난 19일은 이 군이 장 양에게 사랑을 고백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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