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선박 사고에 대비한 해경의 구조매뉴얼과 당시 상황을 비교해 보니 매뉴얼은 무용지물에 가까웠습니다.
홍성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도착하자마자 조타실의 선원부터 구해낸 해경 구조대,
이들을 곧바로 육지로 옮겼습니다.
해경의 구조 매뉴얼에는 '선체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을 수색 작업에 활용하라'고 돼 있지만 오히려 멀리 보내버린 겁니다.
이어 배 난간이나 바다에 뛰어든 탑승자들을 구하느라 선내 진입은 도착 후 10분이 지나서야 시도했고, 그나마 성공하지도 못했습니다.
'선박 내 탑승자 구조작업이 신속하게 수행돼야 한다'는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겁니다.
<인터뷰> 이형래(123경비정 경사) : "사람들이 내려오니까 선 구조를 먼저 해야지 않습니까, 바다에 뛰어내리면 구조 안 하면 춥고..."
하지만 매뉴얼을 보면 당시 수온에서 3시간 정도는 생존이 가능합니다.
결국 생존 가능성이 높았던 탈출한 승객을 구조하느라 배 안에 갇힌 다수를 소홀히 한 셈입니다.
매뉴얼을 안 지킨 것도 문제지만 세월호 같은 대형 선박엔 적용할 수 없는 조항이 대부분입니다.
함정에서 확성기로 안내방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전복된 선박은 연안으로 옮기라는 매뉴얼은 어선 등 소형선박에 관한 얘기입니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라"는 등 막연한 조항도 상당수입니다.
<인터뷰> 해양경찰청 관계자 : "세월호에 적용시키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게 그것도 어느 정도 함정끼리 급이 맞아야 되거든요."
위기 시 효과적 대응을 위해 만든 구조 매뉴얼,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