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여전히 화재 위험 노출…갈 곳 없는 주민들

입력 2014.11.10 (21:33)

수정 2014.11.10 (21:43)

<앵커 멘트>

어제 서울 구룡마을에 난 불로 백 30여 명이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구룡마을 곳곳이 여전히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한승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제 한낮 2시간 동안 이어진 화재의 끝은 처참했습니다.

가건물 60여 가구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주민 130여 명은 갑작스럽게 집을 잃고 뜬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녹취> 황신자(구룡마을 주민) : "챙길 게 어딨어 몸만 빠져나온 것도 다행이지. 안 죽은 것만 해도... 챙겨 나올 게 없어요. 몸만 나온 거지."

화재 발생 하루 뒤...

소방관과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 감식을 벌입니다.

그런데, 감식이 이뤄지는 순간에도 현장 주변엔 여전히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마을엔 이렇게 불에 잘 타는 물질로 지어진 가건물이 많습니다.

불이 나면 순식간에 번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솜을 걷어내니 비닐이 있고 그 안엔 단열재인 솜이 또 있습니다.

전깃줄은 곳곳에서 어지럽게 엉켜있습니다.

집집마다 LP 가스통이 노출돼 있지만 소화전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을 진입로도 비좁아 소방차 진입이 어렵습니다.

<인터뷰> 조규관(서울 강남소방서 홍보교육팀장) : "탈 게 많고 건물이 워낙 밀집해 있다 보니까 한번 불이 붙으면 동시다발적으로 연속적으로 연소가 진행됩니다."

구룡마을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발 방식을 놓고 대립하면서 개발이 추진되지 못하고 방치돼 왔습니다.

<인터뷰> 이영만(구룡마을 자치회장) : "환지(보상으로 땅을 줌)라는 개발 방식을 두는 바람에 구청과 이견이 있기 때문에 3년이라는 세월을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방치됐다는 점, 이 점에 대해서 주민들은 분을 금할 수 없고..."

지난 5년 동안 12건의 크고 작은 불이 났던 구룡 마을의 천 2백여 가구 주민들은 올해도 아무 대책 없이 춥고 건조한 겨울을 맞게 됐습니다.

KBS 뉴스 한승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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