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훈련 금지’ 논란…해법은 없나?

입력 2014.12.17 (15:02)

수정 2014.12.17 (17:12)

프로야구 선수들의 비활동 기간 (2014년 12월 1일 ~ 2015년 1월 15일) 합동훈련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목동 야구장에서 훈련 중인 넥센 선수들의 모습이 한 매체에 의해 보도됐다. 그런데 보도된 사진 속에 이강철 수석코치, 강병식 타격코치의 모습도 함께 등장했다. 비활동기간 합동훈련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즉각 엄중 경고 입장을 밝혔다. 보도자료를 통해 "넥센의 합동훈련에 대해 크게 분노하며, 진상 파악을 통해 합동훈련 사실이 인정되면 즉시 선수협 결의에 따라 엄중한 제재조치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넥센은 반발했다. 구단이 주도한 단체훈련이 아니라 통상적인 개인 자율훈련이었고, 이강철 수석코치는 염경엽 감독을 만나기 위해 목동구장에 출근했다 선수들을 잠시 봐 준 것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불똥이 엉뚱한 쪽으로 튀었다.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이 매체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갑자기 넥센도 '피해자'라는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지금껏 모든 구단이 훈련금지 규정을 지켜 왔는데 한화 김성근 감독이 재활선수를 포함, 비활동기간에 해외 합동훈련을 하겠다는 바람에 논란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화는 억울하고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김성근 감독이 12월 합동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고, 오키나와 전지훈련도 계획했었지만 선수협에 문의한 결과 훈련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아 전지훈련까지 취소하며 규정을 지켰는데, 넥센 문제에 왜 한화와 김성근 감독의 이름이 거론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 금지만이 능사일까...상황에 맞는 제도 보완 필요

논란이 된 '비활동 기간 합동훈련 금지'는 KBO 규약으로 명시돼 있다.

KBO 야구규약 139조는 "구단 또는 선수는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야구경기 또는 합동훈련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총재가 특별히 허가할 때, 선수가 자유의사로 훈련하는 경우, 전지훈련 관계로 선수들이 요청할 때에는 1월 중순 이후 합동훈련을 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매년 1월 15일을 전후해 스프링캠프 일정을 잡는 것도 이 예외 규정을 준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규약이 왜 이처럼 문제가 되는 걸까.

우선, 합동훈련 금지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KBO 규약은 KBO에 등록되지 않은 신인선수 혹은 신고선수에 대해서만 비활동기간 합동훈련을 허용하고 있다. 박충식 사무총장이 언급한 한화 구단 역시 규정에 따라 비활동기간에도 합동훈련이 가능한 신인선수 10명과 신고선수 11명 등 21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서산 전용훈련장에서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자유의지'로 합동 훈련을 원하는 선수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실제 각 구단별로 2군이나 3군 등 육성군에 포함된 선수들 중에는 비활동기간에도 코치진의 체계적인 지도하에 훈련을 받고 싶어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자율 훈련을 혼자 하는 경우 효율성이 낮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니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자율 훈련이 익숙치 않거나 방법을 모르는 어린 선수들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실제로 비활동기간 합동훈련 금지 규약은 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한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 기간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비주전 선수들의 상황은 다르다. 상대적으로 출장 기회가 적고, 훈련 비용이 부담스러운 육성군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비활동기간이 집중적, 체계적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선수들까지 합동훈련을 금지하는 게 맞느냐는 반론이 그래서 나온다.

10구단 체제로 선수 수요가 늘어난 것도 규약을 둘러싼 논란을 부채질하는 이유다.

중·고등학교와 유소년 야구팀을 포함해 선수 수급을 위한 인적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데, 프로야구 구단 수가 계속 늘면서 리그 운영에 필요한 선수의 수도 계속 늘고 있는 상황. 당연히 구단들의 고민도 깊다. 어린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싶지만 합동훈련 금지 규약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선수 수급의 어려움이 프로야구 경기 수준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없을까?

비활동기간 합동훈련 금지 규약은 유지하되 대상을 세분화 할 필요가 한다. 1군에서 몇 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 몇 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 등 기준을 정해 여기에 해당하는 선수는 확실하게 훈련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

대신 이 기준에서 제외된 선수들에게는 합동훈련에 대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선수들의 훈련을 강제로 막을 것이 아니라 훈련을 원하는 선수들에겐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휴식이 필요한 선수는 '쉴 권리'를, 훈련이 필요한 선수는 '훈련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선수들의 자율적 의사가 기본 전제다. 선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훈련을 강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걸 감시하고 찾아내 제재하는 것이 선수협이 할 일이다.

● 선수협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합동훈련 금지 규약을 유지할 경우,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규정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충식 사무총장은 합동훈련 논란과 관련해 넥센 측과 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합동 훈련에 대한 오해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 보도 당일 엄중한 제재 조치를 언급하며 강력 대응 입장을 밝혔던 걸 생각하면 다소 허탈한 결론이다. 납득할 만한 조사 과정도 없이 전화 한 통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사무총장의 말에 야구팬들은 선수협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갖고 있는 지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규약을 계속 유지할 거라면 위반시 제재 조치 내용을 명확히 정하고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원칙도 없이 대충 적용할 규정이라면 굳이 계속할 필요도 없다.



논란이 불거진 후 선수협 공식 홈페이지는 16일 한때 방문자가 폭주하며 접속이 중단됐다.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감지되는 팬들의 여론도 싸늘하기만 하다.

비활동기간 합동훈련 금지 규약에 대한 찬반 논란도 논란이지만, 선수협이 정확한 원칙이나 기준도 없이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권문제와 직결된 롯데 CCTV 사태 등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더니 이번 사안에 대해서만 유독 선수들의 '복지'를 내세운다는 질책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고액 연봉을 받는 소수의 선수 뿐 아니라, 힘든 환경에서 운동하는 2군·3군 선수들의 복지 개선을 위해서도 고민해 보라는 요구가 가장 크다.

합동훈련 금지 조항을 어기는 구단에 대한 감시 못지 않게 선수협이 프로야구 선수들의 제대로 된 권리 찾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선수협이 왜 존재하는 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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