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확대경] ‘땅콩 회항’ 부른 ‘황제 경영’ 폐해 개선해야

입력 2014.12.17 (21:09)

수정 2014.12.17 (22:13)

<앵커 멘트>

이번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 총수 일가가 어떤 식으로 권력을 휘두르는지 그 민낯이 조금 드러났는데요.

총수 일가라면 능력과 자질에 상관없이 경영에 참여하고, 초고속 승진하는 관행, 이제는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정근, 김희용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 ‘황제 경영의 상징’ 초고속 승진 ▼

<기자 멘트>

조현아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에 입사한 건 스물다섯 살때인 1999년인데요.

7년 만에 임원 자리에 올랐고, 부사장이 되기까지 14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동생들은 더 빨라서, 조원태 부사장은 3년, 조현민 전무는 4년 만에 임원이 됐습니다.

대졸 신입사원이 대기업 임원이 되는데 평균 22년 넘게 걸리는 걸 감안하면, 해도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올 만 하죠.

다른 재벌가는 다를까요?

삼성 이재용, 현대자동차 정의선, LG의 구광모 등 상당수 재벌 3세들도 5년에서 10년 밖에 걸리지 않았구요.

상장기업을 보유한 44개 재벌그룹 전체를 들여다봐도, 초급 임원인 상무의 평균 나이가 쉰한 살인데 비해, 총수 일가는 마흔 살에 불과했습니다.

온실 속 화초처럼 보호받으며 자라고 이렇게 경영권까지 쉽게 물려받으니, 재벌가 자제들이 선민의식과 독단에 빠지기 쉽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실제로, 한 대에 백만 원씩 맷값을 주고 사람을 때리고, 운전하다 시비 붙은 할머니를 폭행하고, 국제중학교에 아들을 부정입학시키는 등 일탈이 끊이지 않습니다.

총수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능력도, 자질도 따지지 않고 경영에 참여시키는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이번처럼 기업, 나아가 사회 전반에 큰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 재벌 3-4세 ‘묻지마 경영 참여’ 막아야 ▼

<리포트>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등을 이끌며 스웨덴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대재벌 발렌베리 가문. 5대째 기업을 대물림하고 있지만,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드뭅니다.

후계자 선정 과정이 까다롭고, 능력을 검증받은 소수만이 경영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재벌들과는 대조적입니다.

실제, 우리나라 대졸 신입사원은 1000명 중 7명 정도만 임원이 되지만, 30대 그룹에 근무 중인 재벌 3~4세는 10명 중 9명이 임원입니다.

<인터뷰> 김우찬(교수) : "자녀가 여러 명인 경우에 어떤 한 자녀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 자녀들이 경영 일선에 다 참여하는 건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검증도 없이 중책을 맡고, 맡은 사업이 실패해도 책임을 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도 이들만의 특권입니다.

<인터뷰> 박주근(CEO스코어 대표) : "총수 일가의 양심이나 도덕 관점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지금 같은 이런 사태들이 계속 발생한다면 다른 형태로도 견제 장치나 보완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총수 일가의 '묻지마 경영 참여'를 견제할 수 있도록 유명무실해진 사외이사 제도를 보완하고, 소액주주들의 권리도 강화해야 합니다.

KBS 뉴스 김희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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