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조금 답답하고 미관을 해치더라도 방범창을 설치하는 이유, 범죄를 막기 위해서죠.
하지만 작은 충격에도 힘없이 뚫릴 정도로 부실한 경우가 많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밤중에 창문 근처를 서성이는 남성과, 황급히 도망치는 남성.
모두 방범창을 뜯고 손쉽게 집 안에 침입해 물건을 훔쳤습니다.
<녹취> 침입 절도 피해자 (음성변조) : "훼손은 전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깜짝 놀랐고 그날. (방범창을) 많이 믿었죠, 여태까지는 계속..."
경찰과 함께 주택가 방범창을 살펴봤습니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연결 못이 닳아 있거나, 창살이 빠져 있고, 녹이 잔뜩 슬어있기도 합니다.
힘을 많이 주지 않았는데도 창살이 뚝뚝 부러져나가기도 합니다.
<녹취> 강00(주민) : "내가 흔들어봐도 이렇게 '덜렁덜렁' 하니까. 그러고 그냥 사는 거지. (설치한지) 한 20년?"
때문에 방범창은 강한 충격에도 일정 시간 이상 버텨야 하지만, 이런 성능을 시험하는 기준은 지난해에야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임의 규정이어서 원하는 업체만 시험을 받으면 되고, '불합격'을 가르는 최저 강도 기준도 없습니다.
설치 관련 규정도 없어 건축주가 부실한 방범창을 달아도 딱히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반면, 일본과 영국 등은 방범창의 강도를 여러 등급으로 철저히 나누고, 건축주가 합당한 강도의 방범창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건축주들이 방범창을 의무적으로 기준에 맞게 설치하도록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침입 범죄자 절반은 잠긴 창문을 뚫고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KBS 뉴스 신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