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매해 1월1일은 삼성전자와 현대의 '빅 매치'가 열리는 날이었다.
1,2,3차 대회로 나뉘어 열리던 농구대잔치의 1차 대회 결승이 늘 1월1일에 열리게 돼 있었고 큰 이변이 없는 한 두 팀은 결승에서 만나곤 했기 때문이다.
기아산업이 실업 무대의 강자로 군림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부터는 같은 날 기아-현대 또는 기아-삼성의 경기가 열릴 때가 더 많아지기는 했어도 아직도 '올드 팬'들에게 1월1일은 삼성과 현대의 맞대결이 불꽃을 튀기는 날로 더 기억에 선명할 터다.
실업 삼성전자와 현대를 전신으로 하는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전주 KCC가 2015년 1월1일에 맞대결을 벌인다.
하지만 처지는 국내 정상을 놓고 으르렁대던 농구대잔치 시절과는 영 딴판이 돼버렸다.
KCC가 8승22패, 삼성은 7승24패로 나란히 꼴찌와 꼴찌에서 두 번째 자리에서 헤매는 지경이다.
게다가 두 팀의 감독은 10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인기가 둘째 가라면 서러울 허재 감독과 이상민 감독이다.
28일까지 KCC는 6연패, 삼성은 3연패 늪에 빠져 있어 이날 경기는 두 팀에 있어 농구대잔치 시절 결승보다 어쩌면 더 승리가 절박할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포인트 가드 김태술을 영입하고 하승진은 공익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정상을 넘볼 수도 있다는 평을 들었던 KCC는 이 둘이 부상 때문에 온전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는데다 박경상, 김효범 등의 부상까지 겹쳤다.
삼성은 23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46-100으로 참패를 당하는 등 난국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시즌 두 팀의 맞대결에서는 KCC가 2승1패로 우위다.
이충희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사실 이런 하위권 팀들은 기량보다는 팀 사기의 문제가 더 큰 경우가 많다"며 "이번 맞대결에서 승리하면 분위기 반전을 통해 중위권 도약을 노릴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두 팀은 이날 필승의 각오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충희 위원은 "KCC는 두 외국인 선수 가운데 타일러 윌커슨의 기량은 괜찮지만 남은 한 명은 하승진이 뛰지 못할 때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선수로 뽑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에 대해서는 "리오 라이온스가 외곽을 즐기다 보니 골밑에 무게감이 떨어져 경기력에 기복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7∼9위를 달리는 안양 KGC인삼공사, 창원 LG, KCC 등 세 팀은 현재 나란히 팀의 간판 '빅맨'인 오세근, 김종규, 하승진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
이들이 복귀하면 언제든 중위권 이상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저력이 있는 팀들이라는 점에서 2015년 새해 이들이 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 프로농구 주간 경기 일정 ▲ 29일(월)
전주 KCC-서울 SK(19시·군산월명체육관)
▲ 30일(화)
안양 KGC인삼공사-서울 삼성(19시·안양체육관)
▲ 31일(수)
고양 오리온스-울산 모비스(고양체육관)
창원 LG-인천 전자랜드(창원체육관·이상 19시)
▲ 1일(목)
부산 KT-서울 SK(부산사직체육관)
원주 동부-안양 KGC인삼공사(원주종합체육관·이상 14시)
서울 삼성-전주 KCC(16시·잠실실내체육관)
▲ 2일(금)
울산 모비스-인천 전자랜드(울산동천체육관)
창원 LG-고양 오리온스(창원체육관·이상 19시)
▲ 3일(토)
서울 SK-안양 KGC인삼공사(14시·잠실학생체육관)
부산 KT-서울 삼성(16시·부산사직체육관)
▲ 4일(일)
고양 오리온스-원주 동부(고양체육관)
전주 KCC-창원 LG(군산월명체육관·이상 14시)
서울 SK-인천 전자랜드(16시·잠실학생체육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