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기사] 자질 부족 ‘병영생활 상담관’

입력 2015.05.24 (17:32)

수정 2015.05.24 (17:45)

자문 교수단이 선정한 <주목 이 기사>입니다.

얼마 전 한 군부대에서 상담관에게 고충을 털어놓은 병사가 어찌 된 일인지 며칠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병사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걸까요?

<주목 이 기사> 오늘은 병영생활 상담관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친 OBS 기사의 내용과 의미를 살펴봅니다.

<녹취> 3월 11일 뉴스 인용 : "조 일병은 대대장에게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폭언을 들었고, 이로 인해 죽고 싶다는 내용을 A 상담관에게 전달했습니다. A 상담관은 조 일병에게 들은 내용을 곧바로 해당 대대장에게 보고했고, 대대장은 바로 다음날 조 일병을 불러 추궁을 벌인 것입니다."

OBS가 지난 3월 처음 보도한 이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인터뷰> 양시창 (OBS 기자) : “병영 상담관이 대대장 때문에 힘들다고 고민을 토로한 그 상담 내용을 그대로 대대장한테 전달을 해서 결국 이 병사가 목을 맸다는 짧은 한 문장이 전부였거든요. 이 얘기를 듣고 직감적으로 이건 꼭 취재를 한 번 해봐야 되겠다. 물론, 다행히 해당 병사가 목숨을 잃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뭔가 상담제도나 이런 것들에 문제점이 있을 수 있겠다 해서 취재를 시작했거든요.”

취재 결과 예상대로 병영생활 상담관제도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선 누구보다도 비밀을 지켜야 할 상담관이 폭언을 한 당사자인 대대장에게 상담 내용을 여과 없이 누설한 점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인터뷰> 양시창 (OBS 기자) : “조 일병은 그 상담관한테 절대로 대대장님한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울먹이면서 사정했다고 그러거든요. 그렇게 사정까지 한 상담 내용을 그대로 이야기를 했을 때 조 일병의 심정, 정말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질이 부족한 상담관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녹취> 3월 31일 뉴스 인용 : "국방부가 분류한 자격증 등급을 보면, 임상심리전문가나 상담심리사 1급 등의 자격증을 보유한 A급 상담관은 전체의 2%에 불과합니다. 반면 실습이 전무한 사회 복지사나 직업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한 E등급과 이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담관은 전체의 24%에 달합니다."

<인터뷰> 양시창 (OBS 기자) : “민간인 전문 상담관이라고 하는 것은 시작된 초기에는 전 군의 한 개 사단에 한 명 꼴도 안 되는 인원수여서, 인원수 확충이 굉장히 시급하다. 그래서 국방부는 인원수를 이제 늘리기 위해서 지원 자격요건을 두 차례나 문턱을 낮췄거든요. 올해부터는 관련 자격증이 없어도 군 생활 10년 이상 한, 경험자들에 한해서 관련 학사 학위가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이렇게 또 한 차례 문턱을 낮췄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상담관의 자질이 갈수록 낮아지고 그래서 이런 부작용이 발생한 것 아닌가.......”

사후처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군 수사당국은 조 일병을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녹취> 조 일병 아버지 : "군 기피 목적으로 자살시도 하려고 했던 쪽으로 피의자 형태로 조사를 취하려 해가지고 이런 식으로 하면 조사를 할 수 없다."

단순 사건 보도에 그치지 않고, 병영생활 상담관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쳐 제도 개선을 촉구한 점. 미디어 인사이드가 이 기사에 주목한 이유다.

<인터뷰>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미디어 인사이드 자문 교수) : “병영의 고충을 해결해야 할 상담관이 오히려 병사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간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 보도한 내용에 주목하였습니다. 이 보도로 인해 개인의 명예회복은 물론 전문성 없는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제도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개선한 점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인터뷰> 양시창 (OBS 기자) : “이 사건을 가볍게 여겨서 그냥 넘어가지 않고 뭔가 문제점을 보완해야지, 이번 사건을 경고로 받아들이고 다음에 이런 더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그런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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