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지구의 허파, 아마존이 죽어 간다

입력 2015.07.04 (08:43)

수정 2015.07.04 (09:27)

<앵커 멘트>

남미의 젖줄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로 불립니다.

지구상의 산소의 25%를 아마존 밀림이 공급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지구의 허파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아마존 밀림 속에 대도시가 들어서고 개발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면서 각종 쓰레기와 오폐수로 하천 오염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류 하천의 오염된 물은 그대로 아마존강으로 흘러들어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아마존강 주변 국가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 입니다.

아마존 뿐만 아니라 청정 지역이었던 남미 곳곳에서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특히 수질 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박영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페루 안데스산맥에서 시작해 브라질을 거쳐 대서양으로 흐르는 아마존 강.

길이 7천km로 지구 상에서 가장 길고, 전 세계 담수의 20%를 차지할 만큼 수량도 풍부한 강입니다.

멸종 위기종인 분홍돌고래 보뚜, 가장 큰 민물고기 피라루쿠, 거대한 뱀 아나콘다, 육식 물고기 피라니아 등이 아마존 강에서 살고 있습니다.

강 주변 열대우림은 전 세계 산소의 25%를 공급하고, 지구 생물의 30%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아마존 밀림 속의 한 공원.

우거진 숲 사이로 하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냇가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고, 심한 악취와 함께 흰 거품이 물 위에 떠다닙니다.

오염된 물속을 헤엄치다 쓰레기 속에서 쉬고 있는 악어들.

청정지역 아마존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쓰레기는 어디서 온 걸까?

<인터뷰> 지아스(밍두공원 관리인) : "상류 주거지역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이 하천이 밍두공원을 통과해 마나우스 시를 관통해 흘러갑니다. 이렇게 쌓인 쓰레기가 네그로 강까지 흘러갑니다."

검은빛 네그로 강과 황톳빛 솔리몽 강이 만나는 지역에 아마존 최대 도시 마나우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100만 명이던 마나우스 인구는 지금은 200만 명을 넘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마나우스 시내 11개 하천은 곳곳이 쓰레기로 덮여 있습니다.

공장과 가정에서 버린 오·폐수도 그대로 흘러 들어오면서 검게 썩은 물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깁니다.

<인터뷰> 마를로(마나우스 시민) : "10년 전만 해도 이 물은 식수였는데 이제 더는 마실 수 없습니다. 물에서 악취가 너무 심해서 집 안까지 냄새가 나고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마나우스 시는 매일 40~50톤씩 하천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지만 그때 뿐입니다.

마구 버린 쓰레기가 하천 주변에 쌓여 있고, 비만 오면 이 쓰레기들이 하천으로 흘러들어 치우는 것보다 더 빠르게 쌓입니다.

<인터뷰> 바호소(마나우스시 환경미화원) : "비가 내리면 쓰레기가 하천을 따라 내려 옵니다. 그래서 2~3일에 한 번씩 같은 하천을 치워야 합니다."

쓰레기를 치운다 해도 이미 오염된 물은 그대로 강으로 흘러갑니다.

하수처리시설이 있긴 하지만 마나우스에서 나오는 오·폐수의 절반도 처리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오염된 지천의 물이 흘러드는 아마존 강도 오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소코후(브라질 아마존연구소 연구원) : "하수처리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도시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강으로 유입되는 하천의 오염 수치는 당연히 올라갔고요. 아마존 강에서도 대장균 같은 병원균이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마존 유역에는 강을 따라 만 개 가까운 마을이 형성돼 있고, 이 가운데 인구 만 명 이상인 도시도 30여 곳이나 됩니다.

특히 브라질에서 최근 10년 동안 인구가 두 배 이상 증가한 도시 19곳 가운데 10곳이 아마존 강 유역에 있을 정도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수처리시설을 제대로 갖춘 도시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이 아마존 강 유역에 있는 브라질과 페루 등 여덟 개 나라는 올해 초 아마존 수질오염 문제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같은 남미 지역의 수질 오염은 비단 아마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바다와 접하지 않은 내륙국가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동쪽으로 50km 떨어진 이파카라이 호수는 파라과이 국민들에게는 바다 같은 휴양지였습니다.

하지만 주변 도시에서 오·폐수가 흘러들면서 이제는 수영할 수 없는 오염된 호수로 변했습니다.

파라과이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이 호수를 되살리는 일은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 만큼 파라과이 국민들의 관심사입니다.

<인터뷰> 안헬레스(10살) : "이파카라이 호수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미래에는 지금과 달라질 수 있게요."

호수가 깨끗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건 국내 한 중소기업의 기술 때문입니다.

소규모 정화 설비를 가동해 오염의 원인인 고형물과 질소, 인, 세균 등을 제거해 4급수 이하였던 호숫물을 수영이 가능한 2급수 수준으로 복원시킨 겁니다.

<인터뷰> 아코스타(아순시온국립대 교수) : "예를 들어 시아노박테리아라는 미생물이 밀리미터 당 2만 개가 넘으면 오염이 심하다고 하는데요. 정화한 후에는
그 밑으로 떨어졌어요."

호수 안에 둑을 쌓아 물막이벽을 설치하고, 정화한 물로 수영장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면적이 서울시의 절반이 넘는 이파카라이 호수에서 이런 정화 방식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인터뷰> 김동우(부강테크 대표) : "본질적으로 호수에 유입되는 하수라든지 각종 오·폐수를 적정한 하수처리장을 통해 처리해서 호수로 유입되게끔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호수를 준설하고 하수처리장을 짓기 위해선 1조 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 파라과이 정부는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차관 등 외부 지원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르테스(파라과이 대통령) : "(이파카라이는) 이 나라의 상징인 아름다 운 호수입니다. 호수의 오염을 정화하기 위해 저는 한국의 경험과 기술 등 파라과이에 대한 지원을 희망합니다."

내년에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채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수의 70%가 정화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들면서 오염이 심각해졌다는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요트와 윈드서핑 등 수상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는 논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청정지역으로 여겨지던 남미의 강과 호수, 바다.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 속에 깨끗함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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