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지난달, 서울 시내 한 고시원의 직원이 여성 입주자들의 속옷과 얼굴 등의 사진을 몰래 수백장씩 찍었다가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이 남성에게 주거침입죄만 적용하고, 성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피해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의 한 고시원입니다.
이 고시원 직원인 40대 A씨는 입주 여성들 방에 몰래 들어가 스마트폰으로 속옷을 찍었습니다.
또 여성들의 얼굴이나 신체도 동의 없이 촬영하다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A씨에게 주거침입죄만 적용하고, 속옷과 신체를 촬영한 건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행법상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할 때에 몰래 카메라가 성범죄로 인정되는데, A 씨는 이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경찰은 판단한 겁니다.
속옷은 신체가 아니어서 촬영해도 처벌이 안 되고, 얼굴이나 몸을 찍은 사진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지만, 피해자들은 반발합니다.
<녹취> 피해자 : "성적인 의도로 그런 짓을 했다는 게, 그것도 여러 명의 사람한테 했다는 게 확실한데..."
법원도 지난 5월, 검정 스타킹 등을 착용한 여성들을 수개월 동안 촬영한 2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는지 여부를 엄격히 해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방이슬(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 "(법리상) 신체를 기계적이거나 한정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한 행위를 전반적으로, 종합적으로 그리고 맥락적으로 살펴봐야만 (합니다)."
도촬 행위 적발 건수는 2년 새 3배 가까이 늘었지만, 기소율은 70%에서 45%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관대한 처벌이 '몰카' 범죄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