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안내견
▲죽도 주민 김유곤 씨 제공 ※ 위 내용은 23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죽도 안내견 마루의 시각에서 사실을 재구성 한 내용입니다. 죽도 1호 주민이신 김유곤씨, 김기백 울릉군청 과장, 카카오 홍보팀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을 토대로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죽도 안내견 '마루'입니다.
울릉도에서 태어난 9살 골든 리트리버랍니다.
울릉도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섬 죽도에서 할아버지, 아저씨, 아주머니랑 함께 살고 있어요.
이래 봬도 죽도에 있는 하나밖에 없는 강아지랍니다. (사실 고양이도 두 마리 있어요)
죽도에는 2살 때 건너왔어요.
2007년 당시 마루의 사진
▲2007년 당시 마루의 사진 / 울릉군청 김기백 과장님 제공 제가 갑자기 너무 커져 버려서 저를 키우던 누나가 죽도에서 맘껏 뛰어놀면서 살라고 지금 아저씨한테 맡겼거든요.
그때는 돌아가신 아저씨 아버지랑 아저씨랑 이렇게 셋이 살았어요. 아저씨가 장가도 안 가고 할아버지랑 둘이 사는 게 신기했는지 사람들이 보는 방송에 나오기도 했었지요.
죽도는 울릉도에서 가까이 있는 작은 섬이랍니다. 훨씬 전엔 몇 가족이 더 살았다고 하는데 하나둘 떠나서 지금은 이렇게 한 가구밖에 없어요.
배는 점심 먹기 전에 한 번, 점심 먹고 한 번 들어와요. 하루에 가장 신이 날 때가 이때랍니다.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막 저를 반기거든요.
몇 년 전에는 아저씨 한 분이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혼자 저희 섬을 찾으신 적이 있었어요.
▲다음 로드뷰를 이용하면 마루와 죽도를 산책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침 아저씨가 배가 오는 줄 모르시고 저를 풀어두셨는데 제가 신이 나서 막 안내를 해드렸죠.
한 시간 정도를 열심히 뛰어다녔답니다. 날씨도 좋고 마침 유채꽃도 예쁠 때라서 신이 났었어요. 아저씨는 바쁘셨는지 뒤도 안 돌아보고 가셨어요.
마루 그때만 하더라도 저를 무서워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제 몸무게가 20kg이 넘어 한 덩치 하거든요;
요즘에는 많이 알아봐 주시고 귀여워해 주세요. 그래서 가끔 과자를 받아먹곤 하는데 새우 과자를 먹으면 피부가 아파요.
평소에는 묶여있지 않고 섬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요. 아저씨가 일하시는 더덕밭 주변을 뛰어다니는 일도 신이 나고요. 5월에 노란색으로 빛나는 유채꽃밭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실 거예요.
그래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사람이랍니다. 그래서 제 친구들은 앞이 어두운 맹인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죠.
사람을 좋아하는 마루 손님들이 올 시간에 저는 묶여 있어야 한답니다(개무룩) 그래도 그때가 가장 좋아요. 밥 먹는 시간 만큼이나요.
올 초엔 좋은 소식이 있었어요.
아저씨가 마흔 줄이 넘어 늦장가를 가셨거든요.
상냥하신 아주머니는 도예를 전공하시던 분에 미모가 출중하세요.
어쩐지 올 들어 아저씨의 표정이 밝아진 거 같아요.
마루와 아저씨들 울릉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우리 아저씨인지라 많은 화제가 됐지요.
전 벌써 장가를 두 번이나 다녀왔답니다.
마루 지금은 아저씨, 아주머니랑 울릉도에 잠시 들어와 있어요. 12월부터 죽도는 배도 안 다니고 많이 춥거든요. 여기서 내년 봄까지 따뜻하게 있을 거예요.
마루 내년 봄에 죽도에 오시면 저를 꼭 찾아주세요 ^^
하늘에서 바라 본 죽도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죽도의 모습 / 울릉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