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다람쥐는 어디로…혹시 고양이가?

입력 2016.04.10 (10:10)

수정 2016.05.1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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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에는 다람쥐가 많았습니다. 시민들이 촬영한 다람쥐 사진이 인터넷에도 많이 올라 있습니다. 다람쥐가 언제부터 살았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992년에 다람쥐 100마리와 꿩 55마리를 방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2011년에도 다람쥐 20마리와 꿩 40마리를 방사했습니다. 시민들이 도심에서도 야생동물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올림픽공원에서 다람쥐를 방사하는 어린이들. 1992년과 2011년 두 차례 120마리를 방사했다.올림픽공원에서 다람쥐를 방사하는 어린이들. 1992년과 2011년 두 차례 120마리를 방사했다.




그 많던 다람쥐는 어디로 갔을까?

그런데 지금은 다람쥐를 보기 어렵습니다. 월동을 마친 다람쥐들이 새싹 등을 먹으며 한창 돌아다닐 때인데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과거에는 공원 순찰을 돌다 보면 한 번 이상 다람쥐를 목격했지만,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 정동환 올림픽공원 시설안전팀 차장의 말입니다. 그 많던 다람쥐가 어떻게 된 걸까요?



늘어난 길고양이때문?

첫 번째 원인으로 고양이가 지목됩니다. 다람쥐는 나무뿐만 아니라 땅 위에서도 많이 생활합니다. 주로 나뭇가지 위로만 옮겨 다니는 청솔모와는 다릅니다. 땅 위 다람쥐는 고양이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양이가 다람쥐를 사냥하는 장면이 목격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고양이는 새들도 사냥합니다. 올림픽공원에서 고양이가 새를 잡는 광경이 가끔 목격되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다람쥐나 새를 사냥합니다. 가지고 놀다가 죽이기만 할 뿐 먹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림픽공원에는 20여 마리의 길고양이가 상주합니다. 두세 마리씩 각자의 영역이 있습니다. 다람쥐가 많이 보였던 숲에도 터줏대감격으로 세 마리 고양이가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고양이에게 먹이를 줍니다. 고양이가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집을 지어주기도 합니다. 공원 측이 먹이 제공을 막으면 거세게 반발합니다. 불쌍한 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걸 왜 막느냐는 겁니다.

시민이 만들어준 고양이 집. 먹이통도 보인다.시민이 만들어준 고양이 집. 먹이통도 보인다.




공원 측이 고양이를 포획하더라도 처리할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중성화 수술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어렵습니다. 담당 구청에도 유기동물 대책 예산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고양이를 분양할 곳도 없습니다. 안락사시킬 수도 없습니다.

이래저래 고민 속에 고양이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람쥐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공원 측의 추정입니다. 다람쥐 실종의 주된 원인이 과연 고양이뿐일까요? 고양이만 없다면 다람쥐가 살 수 있을까요?

먹이 자원 고갈도 원인

다람쥐 실종은 또 다른 측면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먼저 먹이 자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람쥐가 겨울을 넘기려면 주식인 도토리가 풍부해야 합니다. 다행히 올림픽공원에는 자그마한 참나무숲이 있습니다. 도토리도 많이 열립니다.

올림픽공원 참나무 군락. 다람쥐가 자주 나타나던 곳이다. 올림픽공원 참나무 군락. 다람쥐가 자주 나타나던 곳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입니다. 가을이면 사람들이 도토리를 주워갑니다. 공원 관리인들이 적발해 회수하기도 하지만 24시간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렇게 도토리가 사라지면 다람쥐는 긴 겨울을 버틸 먹이가 부족해집니다. 결국 다람쥐들은 먹이 부족으로 굶어 죽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을에 도토리를 외부에서 사들여서 뿌려놓아 준다면 먹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다람쥐는 월동을 앞두고 먹이를 저장해야 합니다. 주로 땅속에 파묻습니다. 자연상태의 숲 속 토양은 낙엽과 섞여 부드럽습니다. 다람쥐가 쉽게 파서 도토리를 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공원은 다릅니다. 사람들이 나무 아래 어디든 밟고 다녀서 답압으로 토양이 굳게 다져져 있습니다. 참나무 숲 아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곳곳에 길이 났고 운동장처럼 딱딱합니다.

참나무 아래 여러갈래 길이 나고 바닥이 운동장처럼 딱딱해졌다. 참나무 아래 여러갈래 길이 나고 바닥이 운동장처럼 딱딱해졌다.


이런 땅은 다람쥐가 파기 어려워 먹이를 저장할 수도, 땅속 보금자리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결국 다람쥐가 먹이 저장 실패로 굶어 죽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 김혜리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원의 말입니다.



다람쥐가 왜 실종됐는지, 명확한 원인을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고양이의 증가와 사람들의 도토리 줍기 그리고 밟기로 다져진 토양 환경이 복합적으로 다람쥐 서식을 어렵게 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다시 다람쥐를 방사하더라도 머지않아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귀여운 모습으로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던 다람쥐, 언제 다시 올림픽공원에 등장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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