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불안 소말리아

입력 1993.01.03 (21:00)

김광일 앵커 :

네, 새해를 맞은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에서는 하루 35,000여명이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1년의 1,300만 명이나 죽어가는 이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저희 KBS에서는 비극의 땅이라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특별 취재팀을 파견해서 그곳 주민들의 절망적인 삶과 불안한 사회분위기 등을 여러 차례 걸쳐 생생하게 보도해 드린 바 있습니다.

KBS취재팀은 인근 수단과 이디오피아, 케냐 등 동부아프리카 전역을 취재하면서 이러한 비극이 동부아프리카 전체의 문제임을 확인했다고 알려왔습니다.

특히 수단 사람들은 소말리아 못지않은 참담한 생활을 하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이들 나라들의 비극의 원인은 사상 최악의 가뭄과 그칠 줄 모르는 내전이라고 말할 수 있지마는 무력을 통해서 종족과 정파의 세력을 키워보겠다는 일부 종족 지도자들의 그릇된 야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국제화를 지향하는 이 시기에 이런 비극의 원인과 현실을 우리 시각으로 살펴보고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서 인류공영에 기여하고 협력하는 길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극의 땅 아프리카에 대한 현지 특파원들의 생생한 현지 르포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그들의 생활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보려하고 합니다.

그럼 먼저 박선규 특파원이 소말리아 소식부터 전해 드리겠습니다.


박선규 특파원 :

소말리아 사람들을 위한 미군 등 다국적군의 희망회복작전이 시작된 지 한 달 가까이.

그동안 다국적군은 죽음의 도시 바이도아와 마르데르 등 내륙 깊숙한 곳까지 진출해 난민들을 위한 식량배급 거점들을 확보했습니다. 모가디슈 항구에 있는 식량 저장창고입니다.

굶어 죽어가는 소말리아인들을 돕기 위해서 유엔 등 각종 기구에서 보내온 식량들은 바로 이곳 창고에 보관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보관된 식량들은 내전기간동안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보다는 내전 당사자들의 약탈의 대상이 되왔고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난민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지 못해 왔습니다.

그러나 다국적군의 상륙 뒤에 한 때 폐쇄됐던 모가디슈 항은 다시 열렸고 이곳에 하역되는 구호물자들은 비교적 안전하게 급식소까지 전달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구호물자를 운송할 차량이 절대 부족하고 급식소에 대한 무장 세력의 약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군이 돌아가기 전 전체 어린이의 70%가 기아로 숨지고 하루 평균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굶어죽어야 했던 바이도아의 경우에 지난달 17일 4개 마을에 구호품이 전달된 직후 약탈행위가 빚어졌습니다.

또 지난달 14일 바르데르에서는 무장 세력들의 급식소 습격으로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으며 지난 성탄절에도 구호식량을 둘러싼 폭동으로 최소한 1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급식소는 여전한 불안 속에서 위축된 활동을 벌이고 있고 난민들의 상황도 기대했던 만큼 크게 좋아지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주민 거의 모두가 여전히 총기를 소유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다국적군의 상륙 뒤에도 총을 든 젊은이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심지어 다국적군에게 공격을 가하기도 합니다.

이미 모가디슈와 키스마유, 바이도아 등에서 있었던 무장 세력과 다국적군 사이의 충돌 그리고 지난달 29일 모가디슈에서 있었던 구호요원들에 대한 총격 그에 따른 5명의 사망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총기소지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여전한 무장상태는 보급로 확보만이 임무일 뿐 무장해제에는 관심이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맞물려 더욱 대담화 공공연화 되고 있으며 언제라도 소말리아 사태를 다시 최악의 상태로 돌릴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아 민 (비스뉴스 아프리카 지국장) :

소말리아 상황은 극도로 악화돼 희망이라곤 전혀 없습니다.

총을 가진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국민들이 선출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들은 다만 자기들의 종족을 살해하는 흉악한 사람일 뿐입니다. 소말리아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군 등 다국적군들이 철수하지 않길 바랍니다.


박선규 특파원 :

물론 희망적인 소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소말리아의 양대 분쟁 세력인 통일 소말리아 민주운동과 소말리아 민주운동의 지도자 아이디디와 모하메드는 며칠 전 그동안 수도 모가디슈를 양분했던 녹색선을 철폐했고 이에 앞서 지난달 11일에는 즉각 휴전 등 사태해결을 위한 6개 항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합의사항을 끝까지 잘 지켜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녹색선을 철폐한다고 양대 지도자가 행진을 벌인 뒤 불과 4시간 만에 바로 그 녹색선 부근에서 일어난 충돌로 한명이 숨졌기 때문입니다. 굶어 죽어가는 소말리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시작된 희망회복작전.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봤지만 이제는 무장 세력들의 상황적응으로 별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곳 구호 관계자들의 분석입니다. 과연 희망회복작전은 목표했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은 이달 말부터 시작된다는 미군의 철수 이후를 벌써부터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모가디슈에서 KBS뉴스 박선규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