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하수관속에 가스관

입력 1996.02.14 (21:00)

대구 가스폭발사고와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사고의 끔찍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마는 아직도 이 사고위험을 무시한 채 지하 도시가스관의 땜질공사가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는 도로의 무게를 지탱하는 버팀목 구실을 하도록 이 도시가스관을 묻어놓기까지 했다는 그런 소식입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현장을 박승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승규 기자 :

경기도 안양시가 지난해말 하수로를 정비하면서 하수관을 새로 묻은 도로입니다. 벌써부터 오가는 차량의 무게를 못이겨 도로 곳곳이 갈라지고 내려앉았습니다. 특히 하수관과 도시가스관이 엇갈려있는 이곳은 도로가 10㎝쯤 움푹 꺼졌습니다. 도대체 하수관을 어떻게 매설했는지 도로를 파내고 지하내부를 확인해 봤습니다. 흙을 들어내고 콘크리트 덩어리를 떼어내자 얼기설기 엮은 베니어판이 드러납니다. 판 바로 밑에 주변 아파트로 통하는 도시가스관이 보입니다. 하수관을 가로질러 빈공간에 떠있는 이 가스관 바로 위로는 나무판과 콘크리트 더미가 그대로 짓누르고 있습니다. 모래로 감싼채 묻혀있어야 할 가스관이 하수구 속에서 도로의 무게를 지탱하는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가스관이 지나는 곳에 하수관을 연결하는게 어렵게 되자 아예 가스관을 이용해 하수구 천정을 만든 것입니다. 주변에는 예리한 못과 콘크리트 조각이 그대로 노출돼 있고 이미 피복이 찢겨진 곳도 있습니다.


⊙안양시 동안구청 관계자 :

하수관 묻으면서 기술팀에서 이상없다고 해서 복구 시켰다.


⊙박승규 기자 :

50여미터 떨어진 이곳은 도로가 움푹 패인게 더욱 뚜렷합니다. 지하 1미터를 파내려가자 마찬가지로 하수구속에 가스관이 드러납니다. 이곳은 아예 가스관위에 콘크리트 덩어이락 주춧돌처럼 도로의 무게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가스관이 끊어지지 않은게 다행스러울 만큼 위험해 보이지만 오히려 가스회사측은 강심장입니다.


⊙삼천리 도시가스 공급과장 :

휜 부분은 발행해도 폭 좁아 옆에서 지탱해주니까 견딜 수 있어...


⊙박승규 기자 :

되풀이 되는 대형 가스사고에도 위험의 불씨를 땅속에 적당히 묻어두는 안전불감증은 전혀 달라진게 없습니다.

KBS 뉴스, 박승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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