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보 찾아왔더니 국가가 강탈”…민간 환수 ‘주먹구구’

입력 2018.10.11 (07:20)

수정 2018.10.11 (07:27)

[앵커]

우여곡절 끝에 도난 문화재를 찾아왔지만, 이렇게 되찾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도난 문화재는 대부분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것이 현실인데요.

국가기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의 환수 노력도 중요하지만 민간인이 도난 문화재를 정상적으로 구입해도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됩니다.

장혁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문화재 수집가 정진호 씨는 미국 인터넷 경매에서 석재 도장을 2천5백만 원에 구입했습니다.

전문가에게 확인해 보니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가 쓰던 어보였고, 정 씨는 어보를 팔기 위해 국립고궁박물관에 감정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은 어보를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6·25 때 미군이 가져간 도난 문화재라는 이유였습니다.

[정진호/문화재 수집가 : "도난 문화재라고 무조건 몰수하면 개인이 해외 유출돼있는 문화재를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쳐야 하는 건가요?"]

정 씨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5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문화재청은 이마저 거부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보상 제도가) 없어서 저희가 따르긴 어렵고, 저희는 법대로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된 거죠."]

조선 최초의 지폐 원판인 호조태환권은 2013년 환수됐습니다.

적법한 절차로 이를 소유하고 있던 미국 교민은 체포됐습니다.

[윤원영/2010년 호조태환권 경매로 구입 : "돈을 주고 물건을 산 나만 물건 뺏기고 구금 15일 동안 당했고, 그리고 연방법원에서 재판해서 '너 무죄로 나와' 대신 물건은 뺏기고 이게 무슨 경우냐 이거죠."]

최근 3년간 17점을 찾아올 만큼, 문화재 환수에서 민간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몰수 정책이 자칫 문화재의 자발적 공개를 막고 음성적 거래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세한 요건과 기준을 정한 국가 보상 제도가 민간 환수를 활성화하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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