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브로맨스’ 홍영표·김성태…그들은 왜 우군과 싸우나?

입력 2018.11.14 (17:23)

수정 2018.11.14 (17:25)

KBS 뉴스 이미지
"홍영표가 나 이러고 있는 거 보면 합의해 줄 거다."

지난 5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였습니다. 도중에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옮겨졌다가 5시간 만에 복귀한 일도 있었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신임 원내대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천막 안에서 몇 차례 "홍영표가 올 거야"라고 혼잣말을 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집니다. 실제로 홍 원내대표는 경선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농성장부터 찾았습니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단식을 풀었고, 두 사람은 일 주일여 만에 '드루킹 특검 법안'에 합의했습니다.

두 사람은 국회 내 대표적인 '브로맨스'(남자 간 우정)로 통합니다. 나란히 3선에, 나이(홍영표 57년생/김성태 58년생)도 엇비슷하고, 노동계 출신이라는 확실한 '공통분모'도 있습니다. 19대 때는 국회 환노위 여야 간사로 호흡도 맞춰봤습니다. 지금은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현안마다 티격태격이지만, 가끔 만나 폭음과 서로의 고충을 나누는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두 사람에게 또 다른 의미의 '동병상련'을 느끼게 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노총', 김 원내대표는 이른바 '태극기 세력'과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이들이 정치적 대척점이 아닌, 어찌 보면 '전통적 우군'에 가까웠던 이들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뭘까요?

사진 출처: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홈페이지사진 출처: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홈페이지

"한국GM 노조가 점거 농성까지 하는 데 모멸감을 느낀다. 미국에서 그렇게 하면 테러다"
"민주노총은 너무 일방적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다."(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한국GM 노조는 지난 8일부터 홍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을 점거 중입니다. 정부·여당에서 최저임금 산입과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계 요구와 반대되는 방안들을 추진하자 홍 원내대표를 집중 공격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에 홍 원내대표는 "내가 한국GM(옛 대우자동차) 출신이고 (부평을) 지역구 의원이지만, 한국GM의 모든 경영 사안에 일일이 개입할 수 없다, 선거 때만 표를 구걸한다는 식의 모욕과 협박을 서슴지 않으면 어떻게 대화가 가능하겠느냐"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전통적 지지기반인 민주노총과 최근 잦은 불화를 빚는 데 대한 정치권 시각은 이렇습니다.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소득주도형 일자리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선 노동계의 희생과 협조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나오는 상호 반작용이다. 재계에도 '줄 건'(규제 완화 등) 주고, '받을 건'(협력이익공유제 등) 받겠다는 건데, 이걸 꼭 '친(親) 기업, 반(反) 노동'으로 몰아붙여야 하나?"(민주당 관계자)

홍 원내대표로선 각종 입법 과제를 지휘하는 입장에서 "노동계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라고 인식하는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그는 7일 당 회의에서 "사회적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개악이라고 반대만 하는 건 책임 있는 경제 주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전날 "민주노총은 더이상 사회적 약자는 아니다. 책임을 나누는 결단도 함께 해줘야 한다"고 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은 발언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자유한국당이 지만원 씨를 위해 존재하는 정당은 아니라는 걸 망각하지 말기 바란다."
"그런(이른바 '태극기 부대') 극단적인 사고와 주장은 배척될 수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서울 강서구 지역구 사무실도 수난을 겪긴 마찬가지입니다. 며칠 전 지만원 씨 등이 '좌파 정권에 부역한다'며 규탄 집회를 열었고, 일부는 집 앞 노숙 시위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김 원내대표가 "5·18에 북한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지 씨의 진상규명위원 위촉에 반대하자 이른바 '태극기 세력'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 겁니다.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시위를 주도하는 장외 그룹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른바 '떠난 집토끼'인 셈이죠. 한동안은 한국당 내에서 '금기어'였으나 더 이상은 아닙니다. "태극기는 보수 우익의 근간"(홍문종 의원), "애국세력"(윤상현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연일 이들을 치켜세웁니다. 내년 2월 말에 열릴 전당대회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친박계가 세를 불리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최근 태극기 세력의 한국당 당원 가입은 '러시'를 이뤘다는 후문입니다. 당 지지율 상승이나 당비 납부 등 일시적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김 원내대표 등 복당파 지도부로선 이들의 '귀환'이 반가울 리 없습니다.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되기 어려운 데다, 이들이 친박-비박 간 내전 재연에 불을 댕길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바라는 상식과 납득되지 않는 보수체제의 목소리가 비춰지면 되레 문재인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홍영표와 김성태, 두 원내대표는 그동안 '찰떡궁합'이라 하기에도, '물과 기름'이라 하기에도 설명이 안 되는 나름의 '케미'를 선보였습니다. 어찌 보면 서로를 상대했던 것보다 이제는 훨씬 난해하고, 까다로운 벽과 마주하게 된 상황, 새로운 '동병상련'이 시작된 걸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