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국민 화가'로 불리는 이중섭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깊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완성한 최후의 명작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헤어진 가족을 그리는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김석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하얗게 눈 내리는 날, 창밖을 내다보며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소년.
저 뒤편으로 광주리를 머리에 인 여인이 보입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궁핍과 병마, 고독에 몸부림치던 생의 마지막 날들.
이중섭은 북녘에 홀로 두고 온 어머니와 떨어져 사는 가족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화폭에 새깁니다.
그 간절한 마음을 담아 화면 한가운데 눈처럼 흰 새도 그려 넣었습니다.
[조은정/미술사학자/고려대 초빙교수 : "이북에 계신 어머니의 소식을 나한테 알려 줄 수 있다면 또는 일본에 있는 우리 처자식의 소식을 알려 줄 수 있다면이라고 하는 소망의 상징체가 될 수 있겠죠."]
1956년 당시 상영된 메릴린 먼로 주연의 영화에서 따온 그림 제목 '돌아오지 않는 강'.
이중섭이 세상을 떠난 직후 이중섭의 이웃이었던 조영암 시인은, 한 잡지에 발표한 글에서 이중섭이 직접 그림에 제목을 붙였음을 밝히며, 돌아오지 않는 먼 길을 떠난 고인을 애도했습니다.
똑같은 제목이 붙은 비슷한 구도의 그림은 모두 5점.
이중섭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같은 주제를 반복해서 그리며 '분단'과 '이산'이라는 시대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조은정/미술사학자/고려대 초빙교수 : "우리는 이중섭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저 작품을 보게 되지만 당시 사회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70년 전의 역사를 대면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장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 작품은 22일까지 일반에 공개됩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