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수도꼭지 등 수도용 자재는 위생안전기준인 'KC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습니다. 검사 대상에는 납과 니켈 등 중금속 12종이 포함됩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KC인증을 통과한 수도꼭지에서 유해 중금속이 검출된다는 제보를 접수했습니다. 과연 사실인지, 직접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오늘(22일)부터 3일 동안 〈뉴스9〉를 통해 시험 결과를 자세하게 전해드립니다.
KBS 취재진은 현재 시판 중인 수도꼭지 제품 가운데 최근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중심으로 후보를 정하고, 판매량이 많은 제품 위주로 4개 회사 제품을 시험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수도용 제품에 대한 인증 기관과 방법, 절차 등은 모두 법으로 규정돼있습니다. '수도용 자재 및 제품의 위생안전기준 공정시험방법'입니다.
취재진은 실제 KC인증 시험을 진행하는 정부 지정 검사 기관에 의뢰해 '공정시험방법'으로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시험 결과에 대해서는 인증 업무를 감독·관리하는 환경부 산하 '한국물기술인증원'과 전문가들에게 검증을 받았습니다.
■ 'KC인증' 받은 제품인데…기준치 이상 '납'·'니켈' 검출'KC인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모두 45개 항목에 대해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이 가운데 중금속은 모두 12가지 항목인데, 이번 시험은 '니켈'과 '납'을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니켈'의 경우 최근인 2019년에 새로 추가된 검사 항목이어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납은 기존에 수도용 자재 등 생활용품 등에서 검출돼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중금속입니다.
시험 결과는 제보 내용대로였습니다. 시험을 의뢰한
4개 제품 모두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됐습니다.
적게는 기준치의 1.5배, 많게는 기준치의 5배가 넘는 납이 나왔습니다. 한 제품에서는 '니켈'도 기준치를 다소 초과했습니다.
이미 KC인증 시험을 받고 통과한 제품들을 대상으로 같은 방법으로 시험했는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겁니다. ■ "실제 사용 중인 제품에서도"…중금속 확인시험한 제품들은 시중에서 유통 중인 모델이기는 했지만 새 제품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사용 중인 제품의 안전성도 추가로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취재진은 한 초등학교 급수대에 설치된 수도꼭지를 수거해 다시 정부 지정 검사 기관에 중금속 검출 여부 시험을 의뢰했습니다. 처음 시험을 했던 제품들 가운데 A사 제품 1개, B사 제품 2개였습니다.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A사 제품과 B사 제품 모두에서 기준치를 넘는 납이 나왔습니다. 한 제품은 납 검출량이 기준치의 3배를 넘었고, 니켈도 기준치 이상 검출됐습니다. 다만 이 제품들은 지난해 학교에 설치됐는데, 코로나 19의 여파로 학생 등교가 제한되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건물 외부에 설치돼 음용수로 사용된 적은 없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습니다.
■ 인체에 흡수되는 '납'…니켈은 2년 전 기준에 추가'납'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발간한 <먹는물 수질기준 해설서>를 보면, 우리 몸에 들어온 납은 절반 정도만 배설됩니다. 몸속에 들어온 납은 뼈에 침착되거나, 적혈구에서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때문에 국제암연구소와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납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니켈'은 2016년 정수기 검출 논란을 계기로 최근 KC인증 검사 항목에 추가됐습니다. 2019년 6월 이후 생산된 수도꼭지 제품은 니켈에 대한 KC인증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다만 이번에 시험한 제품은 정확한 제조 일자를 확인할 수 없어, 2019년 6월 이후 생산된 제품인지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 'KC인증' 받았는데 왜?…인증 후에는 대부분 '관리 감독 밖'새로 출시되는 제품을 비롯해 모든 수도꼭지 제품은 2년 마다 KC인증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를 '정기 검사'라고 합니다. 이번에 납 등이 검출된 수도꼭지 제품들도 '정기 검사' 대상이거나 통과한 제품들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환경부는 2014년부터 KC 인증에 '수시 검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인증을 받은 뒤에도 불시에 제품 검사를 받도록 해 품질 관리를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수시 검사 대상은 전체 제품의 10%를 밑도는 수준입니다. 90%가 넘는 제품은 '정기 검사'만 통과하면 판매나 유통에 제약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취재진이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왜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느냐'는 질문에 "정기 검사용 제품을 따로 만든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검사용 제품은 좋은 원료를 써 공들여 만들고, 인증을 받은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납' 등의 함량이 높은 저가의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겁니다.
초기에 수도용 제품의 KC인증 업무는 업체들을 회원사로 거느린 '한국상하수도협회'가 담당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9년부터는 환경부 산하의 '한국물기술인증원'이 담당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정부 관리로 넘어온 후에도 "예산이나 인력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검사 빈도는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게 물기술인증원 측 설명입니다. 사후 관리가 되지 않는 문제를 알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는 겁니다.
시민단체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인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더 적극적으로 수시 검사를 진행하고 행정조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KC인증'과 수도꼭지 제품의 중금속 검출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오늘(22일) 밤 〈KBS 뉴스9〉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