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사유지 무단 훼손·점유…종교단체 갑질 의혹

입력 2022.03.30 (19:30)

수정 2022.03.30 (20:04)

[앵커]

제천의 한 종교단체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천주교 원주교구가 배론성지에 기도학교를 건립하며 개인 소유의 농지를 무단 훼손해 점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건데요.

토지 소유주는 교구 측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현장 K, 이규명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국내 최초의 신학교가 세워진 천주교 배론 성지.

성지 한복판에 지난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기도학교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건물 옆에는 천 제곱미터가 넘는 공터가 방치돼 있습니다.

천주교 원주교구는 기도학교를 건립하며 이곳에 잔디와 조경수를 심고 나무 데크 등을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사유지인 사실이 드러나며 현재는 모두 철거된 상태입니다.

[백태현/토지 소유주 아들 : "놀랐죠. 사유지를 이렇게까지 아무런 절차 (없이) 법적인 부분도 있고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훼손·점유) 할 수가 있는가..."]

토지 소유주 측은 식재된 은행나무 등 조경수 150여 그루가 무단으로 벌목돼 반출됐고 농지는 파헤쳐졌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항공 사진 등으로 확인한 현장은 불과 2년 사이 빼곡했던 나무가 모두 사라지고 기도 학교 건물만 남았습니다.

천주교 성지 한복판에서 땅 주인의 허락 없이 벌어진 일입니다.

[백태현/토지 소유주 아들 : "37년 정도 되는 수령입니다. 그런 나무를 불법으로 제거하고 공사가 진행된 거죠. 전혀 협의나 사전 동의 없이..."]

실제, 교구 측도 개인의 농지를 무단 훼손해 점유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시공사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천주교 원주교구 관계자/음성변조 : "시공사 쪽에서 이 땅을 안 건드리면 공사를 할 수가 없다. 본인들이 책임을 질 테니 이걸 좀 건들겠다."]

반면, 건물을 설계·감리한 업체와 시공사 모두 단독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교구 측 주장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설계·감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땅도 해결이 안 됐는데 무단으로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제가 말씀드리잖아요. 아니라고" "(교구 측이) (사유지를) 절대 쓰지 말라고 얘기했다라고 하는데 전 그런 이야기 들은 적도 없고."]

결국, 베론성지 한복판에서 불법이 자행됐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

["((시공사가) 책임질 테니 (재단은) 묵인해달라?) 묵인은 아니죠. 본인들이 책임지겠다고 해서 우리한테 까지 이야기하지 마라. 그렇게 까지 이야기를 한 거죠."]

자치단체의 대응도 허술했습니다.

해당 토지는 농지.

농사 외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사전에 자치단체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불법 행위입니다.

하지만 뒤늦게 제천시가 내린 행정 처분은 농지법 위반에 따른 원상복구 명령 세 차례가 전부입니다.

[제천시 관계자/음성변조 : "농지법 위반으로 저희가 원상복구 하라고 명령을 내린 사항이고. 남의 땅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거는 민사 (소송을) 하셔야 해요."]

심지어 토지 소유주는 원상 복구 공사마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토지 일부를 파보았더니 오수맨홀과 전기배선, 석재, 철골 등 공사폐기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합니다.

이 같은 사항을 제천시에 알렸지만 교구 측 업체의 보고서만 믿고 복구 완료를 통지했다는 겁니다.

소유주가 굴삭기로 땅을 파보려 했지만 교구 측이 사유지라며 장비 진입을 막았습니다.

[백태현/토지 소유주 아들 : "굴삭기로 파보려 하니 사전 협의가 없어서 진입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공문을 또 보냈어요. (그런데) 불가하다고 통보를 하고."]

보상금 협의 역시 입장 차가 큰 상황입니다.

공사 전 교구 측이 제시했던 토지 매입 금액은 평당 40만 원, 1억 7천여만 원 상당입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자 교구 측은 당초 제시액의 8분의 1도 안 되는 2천여만 원을 제안했습니다.

[천주교 원주교구 관계자/음성변조 : "시세 가격으로 쳐줄 테니 평당 40만 원을 제안 드린 거고. 현재 공사가 다 마무리됐고 서로 공평하게 감정평가사 하나하나 선임을 해서 금액을 측정하자 (제안을...)"]

급기야 교구 측은 토지 소유주에게 농사를 짓기 위해 농기계를 반입하려면 통행세를 내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습니다.

[천주교 원주교구 관계자/음성변조 : "농기구 장비, 트랙터 같은 거 있으면 우리가 이미 (주차장 조성을) 했기 때문에 통행료 뭐 그런 식으로라도 돈을 좀 받겠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고."]

나무가 무단으로 벌목되고 농지가 훼손된 토지 소유주는 종교 재단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백태현/토지 소유주 아들 :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그리고 내 편이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참 억울한 마음이 크죠."]

KBS 뉴스 이규명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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