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태원 참사가 이틀 뒤 경찰청이 주요 시민단체와 언론 동향을 분석해 내부 문건을 만들 것을 놓고도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합법적인 활동의 하나라고 했지만 문건에 나온 단체들은 '사찰'이냐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먼저 김혜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찰청 정보국이 이태원 참사 이틀 뒤에 작성한 11쪽짜리 문건.
SBS가 공개한 이 문서에는, 참사 이후 각 시민단체와 언론 등의 동향, 그리고 과거 사례에 비춘 정책 제안 등이 담겼습니다.
진보 성향 단체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의 정부 대응 미비를 상기시키거나, 정부 성토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할 거라고 적었습니다.
특정 단체명을 거론하며 '이번 사태를 정부 정책 비판에 활용'하거나, '이 일을 계기로 정부 압박'에 나설 수 있다고도 분석했습니다.
또 보수진영 일부 활동가들은 "당일 특정 집회 참석 인원 다수가 이태원에 합류했을 거"라며 그들의 책임을 주장할 거라 했다는 정보 동향도 담았습니다.
이 문건을 작성한 곳은 경찰청 정보국 정보분석과.
얼마 전, 선거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강신명 전 청장 재임 기간에 '총선 개입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던 그 부서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문건에 담긴 시민단체와 언론 동향의 경우 이미 보도된 내용과 SNS 등 인터넷에 공개된 내용을 정리한 수준"이라면서, 규정 상 합법적인 활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문서에 거론된 일부 단체들은 문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시민단체에 대한 경찰의 동향 파악 자체가 '사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진걸/촛불행동 공동대표 : "(문건에 등장한) 그런 이야기를 누가 하겠어요? 어느 시민단체 관계자가 '이걸 활용해서 투쟁하겠다' 그런 답을 하겠어요?"]
경찰청은 시민단체와 서로 협조하는 관계라며 "당사자 동의를 구하고 입장을 물었다, 사찰은 아니다" 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단체는,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습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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