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여성 공무원도 숙직” vs “시기상조”

입력 2023.05.04 (19:31)

수정 2023.05.04 (20:02)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얼마 전 대전시가 산불 현장 근무에 여성 공무원을 제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소식, 이 시간을 통해 전해드렸었는데요.

이런 여론과 내부 분위기 변화에 공직사회도 바뀌고 있는 걸까요?

세종시는 이번 달부터 '남녀 공무원 통합당직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그동안 남성 공무원만 했던 야간 숙직을, 여성 공무원도 하게 됐습니다.

세종시의 여성 공무원 비율이 늘어나면서 남녀 직원의 당직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고요.

이에 세종시가 지난해 11월, 전체 공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0%가 통합당직제, 그러니까 여성 공무원 숙직에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데요.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1년이 안 된 여성은 모든 당직에서 제외하고요.

만 5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할 경우 남녀 구분 없이 신청을 받아 야간 숙직 대신 일직, 그러니까 주말과 공휴일 주간 근무로 편성하기로 했습니다.

여성 공무원 숙직에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여성 공무원 야간 숙직을 시작했던 광주 서구에서는, 숙직하던 여성 직원이 함께 근무하던 남성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세종시는 숙직 편성을 2인조 동성으로만 하기로 했고요.

여성 전용 휴게실을 만들고 당직실 내 CCTV와 비상벨을 설치했습니다.

[나영훈/세종시 운영지원과 사무관 : "앞으로 공직에 대해서도 이제 양성평등의 문화를 조성하고, 당정 민원 처리도 이제 지속해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노력해 나갈 수 있는 이런 효과가 있다고 보겠습니다. 미흡한 부분들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서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지역 지자체들은 어떨까, 저희 제작진이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대전, 세종, 충남 광역·기초단체에 모두 연락을 취해봤는데요.

광역 가운데서는 충청남도가 유일하게 여성 공무원이 숙직을 안 하고 있고, 향후 계획도 없습니다.

대전 5개 구는 모두 남녀 직원이 함께 숙직을 하고 있는데요.

충남도 살펴보면, 서산시와 계룡시, 청양군에서 모든 공무원이 숙직을 하고 있습니다.

천안시는 다음 달, 서천군은 7월부터 예정돼 있는데요.

공주시는 현재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하고요.

그 밖에 9개 지자체는 계획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대체 휴가 때문에 숙직 좋아하는 직원들 많다.", "오히려 여자 숙직 못 하게 하는 지자체가 안타깝다, 돈도 받고, 밥도 주고, 다음 날 쉬고 너무 좋다." 이렇게 여성 직원 숙직을 반기는 공무원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지자체마다 처한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도 하고요. 여성 공무원 숙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예산군은 내부 설문조사 결과, 여성 공무원 숙직에 반대하는 직원들이 더 많았다고 하고요.

아산시도 시기상조라는 쪽으로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고 합니다.

반대의 이유를 보면, "야간에 비교적 위험한 일이 많이 발생한다", "가사와 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 부담이다" 이런 의견인데요.

하지만 또, 이에 대해 "요즘 육아는 남자도 한다" "육아 분담하자고 해놓고, 당직 서라니까 육아 핑계다" 이렇게 싸늘한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은 어떨까요?

지난해 10월, 인권위는 남성 직원의 야간 숙직 전담은 성차별이라면서 한 금융사 직원이 냈던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숙직과 일직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고, 숙직이 특별히 더 고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결정문에 명시했는데요.

행정안전부도 숙직 같은 당직은 지자체의 재량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지자체에서는 여성 공무원 증가, 성 평등 인식 변화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고, 그래서 자체 의견을 수렴해 숙직 문제를 결정하는 현실인데요.

'야간 숙직의 남녀 직원 구분'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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