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그 후’, 아이들은 어디로 가나

입력 2023.07.20 (21:38)

수정 2023.07.20 (22:04)

[앵커]

1,095명.

태어났지만 출생 신고가 안 된 아이들 중에 경찰에 수사 의뢰된 수입니다.

이 가운데 55%, 601명은 베이비박스 같은 곳에서 발견되거나 유기됐습니다.

경찰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의 부모가 형사처벌 대상인지 일일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느냐 문제입니다.

아이를 낳았으면 숨지게 하거나 유기하지 말고 잘 키우라면서, 정작 키울 만한 환경은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 걸까요?

김화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올해 1월 아이를 낳은 후 베이비박스를 찾았던 A 씨.

미혼모에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리는 형편이라 양육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A 씨/미혼모/음성변조 : "막상 아기 분유 하나 사줄 돈도 없는 상황에서 당장 월세랑 이런 것도 문제가 돼서 출산하고 여기로 왔다가..."]

하지만 아이가 내내 눈에 밟혀 두 달 만에 다시 데려왔습니다.

후회는 없지만, 마주한 현실은 예상보다 혹독했습니다.

[A 씨/미혼모/음성변조 : "지금은 아기가 와 있는 상태라서 제가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일도 못 하는 상황이고."]

열악한 양육 환경이라도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던 아이를 부모가 다시 데려가는 비율은 20% 정도.

절반 이상은 시설로 보내지고, 나머지는 입양 기관에 보내집니다.

[이소영/아동보육시설 이든아이빌 원장 : "'찾으러 올게' 해도 거의 오시는 분이 없어요. 연락을 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그러면 아기는 입양을 좋은 가정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거죠."]

아이를 맡길 때 다시 찾아가겠단 생각을 하더라도, 실제 양육을 결심하려면 현실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겁니다.

미혼모 대상 설문조사 결과, 미혼모 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약 130만 원.

응답자의 절반 가량은 기초생활수급자였습니다.

신생아일 때는 부모급여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아이가 12개월을 넘어서면 지원 금액이 급감합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 "그냥 먹고 사는 문제를 당장 해결하는 수준의 지원은 있어요. 근데 그거를 통해서 '자립할 수 있다'라고는 이야기하기 어렵죠."]

출생 미신고 아동 사건 이후, 국회는 신속한 논의를 거쳐 출생통보제를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A 씨/미혼모/음성변조 : "사각지대에 있고 힘든 미혼모들한테는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걱정이고) 그렇지 않나 싶어요."]

우리나라의 한부모 가정 아동 빈곤율은 48%, 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서다은/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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