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현대 무용으로 풀어낸 신작이 곧 무대에 오릅니다.
다음 달 초,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이는 공연의 막바지 연습 현장을 강푸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빽빽이 책걸상이 놓인 무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춤을 추는 무용수들.
아주 조금만 달라도 눈에 띄는 곳, 바로 학교입니다.
갑갑하고 지루한 이 곳에서 누군가가 괴롭힐 상대를 찾습니다.
분출되지 못한 에너지가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흐릅니다.
'학교 폭력'이란 주제를 정면으로 풀어낸 정구호 연출가의 신작입니다.
전통 무용을 특유의 색감으로 변주했던 전작과 달리, 오직 회색빛 한 색조로만 무대를 채웠습니다.
[정구호/'그리멘토' 연출가 : "아주 까망도 아니고, 아주 하양도 될 수 없는 회색의 순간들의 기억들인 거죠, 사실은. 치유가 돼도 이거는 뭔가 상처가 있는 밝음이기 때문에..."]
여러 명의 가해자, 다수의 방관자, 그리고 한 명의 피해자.
연극처럼 무용수마다 성격을 부여했고, 실제 학생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몸짓에 담았습니다.
직접적 표현과 정제된 추상 사이에서 '폭력'의 수위도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김성훈/'그리멘토' 안무가 : "이게 굉장히 극적이고 캐릭터들마다 그런 감정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현대무용의 움직임이 추상적으로 나온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조금 불편했었어요."]
예술이 답을 내릴 수는 없어도, 대화의 단초가 되기를 바라며 다음 달 첫 무대를 준비 중입니다.
[정구호/'그리멘토' 연출가 : "대부분의 가장 큰 가해자는 저는 방관자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아주 작은 액션이지만 저희 나름대로의 치유의 방법을 좀 고민을 하고..."]
KBS 뉴스 강푸른입니다.
촬영기자:홍병국/영상편집:김기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