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 기시다 총리가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했습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이어지는 주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입지를 다지는 거란 분석이 많은데요.
의도한 대로 기시다 총리는 장기 집권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일본 내각 분위기가 확 바뀌었네요?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대대적으로 내각을 개편했습니다.
2021년 10월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두 번째입니다.
각료 19명 가운데 13명이나 바꿨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여성 비율입니다.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늘었는데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아직 크게 뒤떨어지긴 하지만, 역대 여성 각료 최다였던 2001년 고이즈미 내각이나 2014년 아베 내각 때와 같은 수준입니다.
[나가노 코이치/일본 조치대 정치학과 교수 : "기시다 총리가 드디어 여성을 더 기용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이게 진심인지, 단기적으로 선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앵커]
이런 대대적인 개편의 이유, 최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죠?
[기자]
지난 5월 기시다 총리가 고향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 G7 정상회담을 열 때까지만 해도 지지율은 오름세였습니다.
외교 성과에 힘입어 지지율이 50%를 넘기기도 했는데요.
한달 만인 6월 지지율이 30% 초반까지 곤두박질칩니다.
먼저 기시다 총리 장남, 기시다 쇼타로 당시 총리 비서관이 총리 공저에서 사적으로 송년회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총리 공저는 근무를 하는 공적인 장소인 만큼 부적절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기시다 총리는 아들을 경질했습니다.
[앵커]
기시다 내각에 악재는 그게 끝이 아니었죠?
[기자]
동시에 일본판 주민등록증, '마이넘버 카드' 문제로 또 타격을 입었는데요.
마이넘버카드는 기시다 총리가 전자 정부, 디지털화를 실현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이 카드에 건강보험증, 정부 지원금 계좌 등을 연결하겠다며, 카드 발급을 적극 권장했는데요.
실수로 카드에 잘못된 계좌를 등록하는 등 오류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겹쳐서겠죠,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앵커]
어느 나라 정권이든 지지율에 민감하겠지만, 지금 일본 집권 자민당엔 특히 더 그럴만한 이유가 있잖아요?
[기자]
"기시다 총리가 조기 총선거를 치를 최적의 시점을 재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선거법에 따라 선거일이 정해져 있는 우리나라에서 보면, 총리가 선거일을 정한다니 선뜻 이해가 안 되는데요.
먼저 일본은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으로 구성된 의원내각제죠.
이 중 주요 권한은 4년 임기의 중의원에 집중돼 있고 총리도 중의원 중에서 뽑습니다.
그런데 총리는 이 중의원을 언제든 해산하고 다시 총선거를 치를 수 있는 전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중의원이 4년 임기를 채우는 일은 거의 없고, 집권당이 유리해 보일 때 의회를 해산하고 선거를 치르게 되는 거죠.
일본에선 기시다 총리가 이르면 올해 말 중의원을 해산할 거로 보는 분석이 많습니다.
[앵커]
지지율 좋을 때 다시 총선을 하니까, 일본에선 자민당이 수십 년 동안 집권을 할 수 있는 거군요.
[기자]
자민당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배경은 그렇게 마련되고요.
결국 자민당 내부에서 총재로 선출되는 사람이 일본 총리로 결정되는 시스템인데 이 총재 선거가 내년 9월 열립니다.
자민당 총재는 자민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함께 뽑고, 당원 표는 의원 수에 비례해 계산합니다.
재집권을 노리는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데요.
1년 안에 지지율을 회복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기 총선거도 치러야 하고, 당내 계파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인거죠.
이런 고민은 이번에 바뀐 내각 구성을 봐도 잘 드러나는데요.
자민당 내 1,2위 파벌인 아베파, 아소파 인사는 각각 4명씩, 3위인 모테기파는 3명, 자신이 속한, 4위 기시다 파는 2명으로 구성했습니다.
파벌 간 균형을 맞춘 거죠.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당내 4위인 기시다 파벌이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다른 파벌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앵커]
일단 기시다 총리가 장기 집권의 포석을 놨는데, 바람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기자]
개각 다음 단계는 경기 부양이 될 거로 보입니다.
일본 경제는 수십 년 동안 디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았죠.
아직도 이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데, 최근엔 글로벌 유가 상승 타격까지 일부 가계와 기업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 "구체적으로 이달 말까지 내각 구성원들에게 경제 정책의 기둥을 세우도록 지시하겠습니다."]
다만 개각과 경기 부양 카드가 자주 쓰였기 때문에, 지지율 개선에 큰 효과는 없을 거란 관측도 있는데요.
이럴 경우 기시다 총리가 북한과의 외교를 최후의 지지율 회복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교도통신은 내다봤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5월 북한과 고위급 양자 협상을 시작하고 납북 일본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는데, 약 20년 만에 북한 지도자를 만난 일본 총리라는 외교 성과를 노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