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가 ‘자동차 노조’에 공들이는 이유는?

입력 2023.09.26 (19:11)

수정 2023.09.26 (19:35)


미국 자동차 노조 파업…왜 지금일까?
미국 3대 자동차 제조회사 노동자들이 가입한 전미 자동차노조 (UAW)의 동시 파업이 미국 대선판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UAW는 14만 6천여 명이 가입한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입니다. UAW는 이달 중순 40%대 임금 인상전기차 생산 확대 과정에서 고용 안정 강화 등을 요구하면서 포드와 스텔란티스, GM 등 이른바 '빅3'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1935년 결성된 전미 자동차노조 역사상 첫 동시 파업입니다. 파업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노조는 협상에 진전이 더디다면서 GM과 스텔란티 공장에서 파업 확대를 선언했습니다.

앞서 노조의 요구사항에서도 설명했지만, 이번 파업의 배경에는 임금 인상뿐 아니라 전기차 전환과 인공지능 활용 등으로 자동차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거라는 불안감도 깔려 있습니다. 전미 자동차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전기차 공정 전환 시 고용 보장과 배터리 공장 노동자들에게 자동차 공장과 동일한 임금을 적용해 달라는 요구조건을 내건 것도 이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전기차 생산과 신기술 도입을 앞두고 더 늦기 전에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는 겁니다. 전기차 한 대 생산에 필요한 인력은 내연기관차보다 30% 정도 적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 ' 노조 공략' 나선 트럼프 VS '좌불안석'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선거 캠페인에서 일자리 창출 같은 경제 분야의 성과를 자신의 핵심 성과로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9월 15일~20일) 워싱턴 포스트와 ABC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7%에 그쳤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은 51%,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2% 였습니다. 4번이나 형사 기소된 트럼프가 바이든을 오차범위를 훌쩍 넘어 앞서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은 '최대 성과'로 내세우는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재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장 자동차 노조의 파업을 놓고도 미국 최대 재계 이익단체인 미국 상공회의소 의장이 "바이든 행정부의 친노조 정책이 불러온 결과이고,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불만이 터져 나오는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자동차 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노조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강력한 기후 위기 대응은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정책이기도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미 자동차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26일 피켓라인(노동쟁의 때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고 파업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미시간으로 가겠다. 그리고 전미자동차노조의 조합원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자동차 제조업이 계속 번영할 수 있는 '윈윈(Win-Win)'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보다 전미 자동차 노조원들의 파업 현장을 찾겠다고 먼저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재대결이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자동차 노동자들을 위한 걸로 알려진 집회에서 연설하면서 이른바 '블루 칼라' 노동자들의 표심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예 자신이 당선되면 '전기차 전환' 정책을 폐기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이 광기의 산물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바이든의 광적인 '전기차 전환' 정책이 시행되면 미시간주의 위대한 자동차 산업은 사라질 것이다.
중국이 자동차 산업을 다 가져갈 것이다. 그러니, 일자리를 지키려면 나에게 투표하라." (트럼프 전 대통령, 9월 5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노동절인 9월 4일에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제공해 동맹국들의 반발을 샀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자신의 주요 성과로 내새우면서 "전기차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한 걸 겨냥한 발언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조를 되찾으려 분주한 반면, 공화당 주자들은 바이든과 자동차 노조 간 사이가 소원한 것을 기회로 삼고 그 틈을 더 벌리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노동절에 연설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미국 노동절에 연설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동차 노조 파업 중심지 미시간주 '표심', 대선 흔들까?
바이든과 트럼프가 앞다퉈 자동차 노조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이유는 지난 두 차례 미 대선 때 미시간주의 표심을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미시건주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주입니다. 지난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 계층의 이해를 대변해주는 전사를 자처했죠. 이 대선 때 자동차 노조원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곳이 미시간주입니다.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신승을 거뒀습니다. 공화당, 민주당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격전지인 셈입니다.

UAW는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조직입니다. 하지만 내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겠다고 밝힌 상탭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육성 정책을 강하게 추진한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걸로 풀이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운 것도 아닙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최근 노조의 투쟁 대상으로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경제와 억만장자 계층"을 지목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미 자동차 노조 파업 최종 승자는 '일론 머스크'?
전미 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미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꽃놀이패'를 쥔 사람이 있습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파업과 임금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포드와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에 더 큰 비용 부담을 가져올 것이고, 생산비용에서 우위에 있는 테슬라는 반대급부로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체들의 인건비를 들여다 봤는데,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시간당 평균 66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테슬라는 45달러 수준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제조를 늘리면 비용을 줄이고 싶어 하지만, 노조는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지키고 싶어 한다"고 전기차 전환의 딜레마를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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