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피스텔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서면 빌라왕', 30대 이 모 씨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지인에게 명의만 빌려줬을 뿐 전세사기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한 이 씨에게 공동정범이 아닌 사기 방조죄를 인정했습니다.
이준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세입자 62명으로부터 64억 원을 가로채 기소된 30대 이 모 씨.
앞선 5번의 재판에서 이 씨는 지인의 요청으로 '명의'만 빌려줬을 뿐, 전세사기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씨 주장대로 지인 서 모 씨는 앞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명의를 빌린 것을 인정했습니다.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들은 이 씨와 서 씨 등이 미리 계획한 조직적 범행이라며 엄벌을 촉구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형사11단독 정순열 판사는 "이 씨가 지인 서 씨의 전세 사기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외면하고 용인한 채 명의를 빌려줘 서 씨의 전세 사기를 용이하게 했다"고 설명하고, "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지만 연쇄적인 전세 사기를 방조했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동균/피해자 측 변호인 : "명의를 대여하고 또한 공소장에 기재된 바와 같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초기 수사 과정에서 도주로 인해서 수사되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형량보다 보증금 반환이 절실한 피해자들이지만, 재판 결과를 두고 참담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저는 1억 1천만 원이라는 돈을 30년 동안 갚아나가야 하는데 가해자는 6년이라는 죗값만 치르고 나면, 나오고 나면은 끝인 거잖아요. 그래서 좀 참담했어요."]
이번 전세 사기를 주도한 서 씨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곧 기소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KBS 뉴스 이준석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그래픽:박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