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 ‘또래 문화’?…‘마약과의 전쟁’에도 왜 근절 안 되나

입력 2023.10.19 (06:33)

수정 2023.10.19 (06:39)

[앵커]

국내에서도 마약 사범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건, 이렇게 클럽에서, 모임에서 마약을 접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권해서, 친해지려고, 마약을 시작했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래 사이의 문화로 여겨질 만큼 마약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진 건데, 수사를 확대하는 것 말고 우리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황다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필로폰을 투약했다 기소된 가수 남태현 씨, 자신을 마약으로 인도한 건 '친구'들이었다고 했습니다.

[남태현/가수 : "주위에 불법 약물을 접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었어요. 처음에는 궁금했죠. 술도 안 마셨는데 왜 상태가 왜 이러냐."]

클럽에서 마약을 경험했다는 30대 남성.

역시 주변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마약 모임 경험자 : "투약을 안 하는 사람이 배제되기 시작하는 거죠. 뭐 양심적인 가책이나 그런 거 없이 처음 시작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또래 친구들의 모임에서 일종의 유흥 문화처럼 마약을 접했다는 겁니다.

주변에서 손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은 마약을 끊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의지를 갖고 마약의 늪에서 벗어나길 원한다고 해도 제때, 손쉽게 재활 치료를 받기 힘든 것도 문제입니다.

정부 지원으로 무료 치료해주는 치료보호 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병원은 전국에 두 곳 뿐입니다.

[남명우/단약 8개월째 : "(병원에) 입원을 하고 싶다 했지만 예약된 손님이 너무 많아서 약물에 의지하면서 살다가, 경기도 다르크(재활시설)에 와서..."]

병원은 병원대로 폭증하는 업무에 곤욕입니다.

이 병원에서만 올해 간호팀 절반이 떠났습니다.

[천영훈/인천 참사랑병원 원장 : "마약 환자가 막 30명, 40명, 50명씩 늘어나니까, 간호팀이 녹아 내린 거예요. 3교대 해야되는데 이제 2교대로..."]

하지만 정부 지원은 충분치 않습니다.

무료 치료비는 정부가 1년 뒤 정산해 주는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미뤄지기 일쑤.

이 병원도 지난해 치료금 6,200만 원이 미정산 상태입니다.

[천영훈/인천 참사랑병원 원장 : "조현병 환자 10명 볼 몫을 약물 환자 한 명이 한다... (예산은) 금방 다 소진이 돼버렸죠."]

치료보호 대상자는 해마다 100명 이상씩 늘어 지난해에는 4백명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마약 치료비 지원은 8억 원뿐.

환자 165명을 치료할 수 있는 돈인데, 전체 마약 투약 사범의 2% 수준입니다.

KBS 뉴스 황다옙니다.

촬영기자:황종원 정준희/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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