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자동차 하자 심의…‘법규’는 있으나마나

입력 2023.10.19 (06:36)

수정 2023.10.19 (10:22)

[앵커]

정부는 자동차에서 하자가 확인되면 해당 제조사에 무상 수리를 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립니다.

하자 여부를 따지는 정부 위원회가 그만큼 중요한데,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해 마련된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보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8년 출시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속도가 오르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3년 뒤 현대차는 제작이나 설계 과정에서 하자가 생겼을 때 수리를 통지하라는 법에 따라 무상수리를 결정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음성변조 : "컴플레인이 들어올 수 있잖아요. 울컥거려요, 그러면 저희도 확인해 보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겠네."]

그러나 이듬해 열린 국토부 위원회에선 하자로 봐야 할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제조사와 위원회 판단이 달랐던 겁니다.

당시 심의위원들을 살펴봤습니다.

21명 중 3명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출신, 또 다른 1명은 현대차에서 용역을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이해관계로 얽힐 수 있어 심의에서 빠져야 한다고 법에 나와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5년간 위원회 구성이 3차례 바뀌었지만, 그때마다 20% 안팎의 위원이 현대차와 관련 있는 인사들로 채워졌습니다.

이 기간 심의대상으로 올라온 현대차 사례는 41건, 매번 최소 2명 이상이 위원으로 참석했고 70% 가까이는 제조사 하자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호근/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 "표결을 거쳐서 할 때 보면 대부분 한두 명의 목소리가 큰 사람의 의견을 아주 격렬하게 반대하는 사례는 별로 나오지가 않거든요."]

법에 따라 자신이 심사에 참석해서는 안된다는 걸 모르는 위원도 있습니다.

[당시 심의 참여 위원/음성변조 : "나는 기아자동차가 아니라 아시아자동차 소속이었는데. (기아자동차 자회사인 건가요?) 옛날에는 그룹사였죠. 저는 그냥 제척 사유라고 생각 안 하고."]

국토부가 이런 위원들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정재/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국민의힘 : "국토부가 오히려 문제가 있는 인사를 위원회에 위촉해서 위원회 본래의 목적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서 철저한 인사검증이 필요합니다."]

국토부는 위촉 기준을 개선하고, 규정을 어긴 위원들은 해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보담입니다.

촬영기자:이상구 김한빈 김재현/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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