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자지구의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전면 봉쇄로 인한 물 부족부터 병원 공습으로 인한 무수한 인명피해와 의료체계 마비까지...
모두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켜 국제법을 여겼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지구촌 돋보기, 허효진 기자와 알아봅니다.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은 현재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물, 연료, 식량 모두 다 부족한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게 물이 부족하다는 건데요.
가자지구 주민들은 매일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사원 앞에 긴 줄을 섭니다.
이마저도 깨끗한 물은 이미 다 썼고, 하천이나 바닷물로 오염된 물을 쓰며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엄 모하메드 알 물라/가자 주민 : "아이들은 매일 물을 길러 사원으로 가요. 사람들은 매우 긴 줄을 서고요. 그럼 물이 떨어지는데 어떤 사람들은 간신히 물을 얻고, 나머지 사람들은 보시다시피 짠 물을 얻습니다."]
이 소금기 있는 물을 정수하려고 해도 전기가 없어 정수시설을 가동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유엔은 "깨끗한 물을 위해 가자지구에 연료를 당장 보내지 않으면 탈수로 사람들이 죽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식량 재고도 이번 주를 넘기긴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공습이 이어지다보니 특히 병원 상황이 안 좋을 것 같은데요?
[기자]
가자지구에 있는 병원 내부 사람들은 그야말로 생과 사를 오가고 있습니다.
국제기구는 현지 시간 17일, 가자지구 내 모든 병원의 연료 비축량이 24시간 내에 고갈될 거라고 밝혔습니다.
[아흐메드 알 만다리/세계보건기구(WHO) 동부 지중해 지역국장 : "몇 시간 동안은 괜찮겠지만 결국 연료가 없으면 병원의 전기가 모두 끊길 겁니다."]
전기가 끊기면 인공호흡기 같은 병원 장비가 필요한 중환자 수천 명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부상자 치료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겠죠.
병상이나 의약품도 갈수록 부족해져서 병원 상황은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다 가자지구 안에 구호 물품이 들어가지 못해서잖아요.
이렇게 가자지구를 봉쇄한 것이 국제법을 어기는 거라고요?
[기자]
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물, 전기, 연료를 모두 차단했는데요.
유엔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들을 빼앗는 방식으로 민간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포위전은 국제인도법상 금지돼 있습니다.
주민들을 고사시킨다는 말이 나오는 이번 가자지구 전면 봉쇄가 여기에 해당되죠.
전 세계 나라들과 구호단체가 가자지구 안으로 구호물품을 들여보내야 한다고 촉구해 왔는데요.
이번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응하면서 가까스로 구호 접근이 허용됐습니다.
[앵커]
사흘 전에는 가자지구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수백 명이 숨진 엄청난 참사인데 전쟁범죄라는 지적이 나왔어요.
[기자]
폭발이 일어난 곳이 병원이라 충격이 더 큰데요.
전시 중에도 병원은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이번 폭발이 일어난 알 아흘리 병원 안팎에는 환자와 의료진뿐만 아니라 공습을 피해 몸을 숨긴 피란민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국제법에는 대원칙이 있는데요.
바로 전쟁과 무관한 무고한 사람들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UN 사무총장 : "전쟁에도 규칙은 있습니다. 국제인도법과 인권법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민간인들은 보호받아야 하고, 인간방패로 쓰여선 안됩니다."]
이번 폭발로 수백 명이 숨졌고, 잔해 밑에 깔린 중상자를 감안하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걸로 보이는데요.
병원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거라면 명백한 전쟁범죄입니다.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아선 안되고, 전시 중에도 병원 공격은 엄격하게 제한하는 제네바 협약을 어긴 겁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모두 제네바협약 비준국으로 이를 따라야 하는데요.
누가 공격을 한 건지는 아직 분명하진 않지만 임계점을 넘은 건 확실해 보입니다.
[앵커]
하마스의 인질 납치부터 이번 병원 폭발까지...
그렇다면 이런 행위들에 대해선 누가 책임을 지는 건가요?
[기자]
잔인하고 명백한 전쟁 범죄들에 대해 전 세계 비난 목소리는 높지만 사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이런 전쟁 범죄를 다루는 곳이 바로 국제형사재판소, ICC인데요.
이스라엘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ICC 회원국이 아니고, ICC에서도 강제할 경찰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는 분명합니다.
회원국이 아니더라도 9년 전에 일어난 아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교전이 ICC의 조사 대상에 올라 있긴 하거든요.
하지만 조사해서 판결 나기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고 유죄 판결 사례도 많지 않습니다.
유엔 인권조사위원회도 이번 전쟁에 있어서 전쟁 범죄 증거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안보리 결의 없이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국제법을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