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가자 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 시티에서 시가전이 사실상 시작된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이 이스라엘 안팎으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니까 국제사회는 휴전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연거푸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미국의 설득과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뜻은 굳건해 보입니다.
이스라엘 남부 공군기지를 둘러본 네타냐후는 '휴전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 : "인질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휴전은 없을 겁니다. 이 말은 사전에서도 완전히 삭제돼야 합니다."]
최근 이스라엘 주변 아랍국들이 미국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주장했는데요.
여기에 대한 대답으로 보입니다.
요르단과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은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많은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튀르키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더는 대화할 상대가 아니라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동 여러나라들이 한 목소리를 내면서 네타냐후는 중동에서 고립되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이스라엘의 든든한 지원군인 미국조차 최근 휴전에서는 한 발 물러선 '일시적인 교전 중단'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네타냐후는 앞서 이스라엘을 방문한 블링컨의 면전에도 거부의 뜻을 나타냈었는데요.
이런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한 듯 '여건을 살펴보겠다'고 살짝 태도를 바꾼 상태입니다.
[앵커]
이스라엘 내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네타냐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대세인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데요.
네타냐후는 지난달 말, 소셜미디어에 '전쟁과 관련해 어떤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군과 정보기관에 전쟁 책임을 돌린 것 아니냐는 지적에 글을 내리고 사과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는데요.
하지만 최근에 또, 이스라엘 예비군의 반정부 시위가 하마스 공격에 빌미를 줬다는 발언을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정치권에서 비판이 나오자 네타냐후는 관련 보도를 부인했는데요.
네타냐후가 계속 책임을 회피하고는 있지만 안보가 실패했다는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앵커]
이쯤되면 이스라엘 국민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을 것 같은데요.
최근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네타냐후 총리의 집 앞에도 시위대가 몰려들었습니다.
이들은 네타냐후 퇴진과 함께 네타냐후를 수감해야 한다는 격한 구호까지 외쳤는데요.
시위에는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가족들도 다수 참석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초기의 충격이 가시면서 대중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인질들 가족 다수는 정부의 대응에 매우 비판적"이라고 전했습니다.
네타냐후는 이미 이스라엘 민심을 크게 잃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스라엘의 한 방송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6%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원한다고 답했거든요.
전쟁을 이끌 지도자로서 네타냐후를 신뢰한다는 사람이 7%에 불과하다는 다른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전에도 여론이 안 좋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 무려 16년 동안 총리로 지냈고, 지난해 말 다시 권력을 거머쥐었습니다.
이 때 네타냐후가 극우 정당을 포섭해서 표를 얻었거든요.
이런 극우 지지에 보답하기 위해 네타냐후는 서안 지구에 유대인 정착민을 보호하는 데 많은 자원을 집중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과는 극심한 갈등을 빚었고요.
여기에 자신의 부패 범죄를 무마하려고 사법부 권한까지 축소시키면서 국민들의 저항을 불렀는데요.
네타냐후가 언급한 예비군의 반정부 시위가 바로 이 때 일어났습니다.
과거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게 두고 비교적 온건한 서안지구의 자치정부를 강화하지 않은 것도 네타냐후 실책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오히려 전쟁으로 반대 여론이 잠시 주춤한 것 같은데, 전쟁이 끝나면 네타냐후의 운명, 어떻게 될까요?
[기자]
네타냐후는 전쟁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전체 안보를 책임질 거라고 말했는데요.
이스라엘은 2005년에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했었거든요.
가자지구 재점령은 없다고 했지만 전쟁 뒤에 어떻게든 가자지구 통치에 개입할 거란 점을 시사한 발언입니다.
네타냐후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서 보셨듯이 국내외 여론이 매우 안좋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다음 후계자"를 언급해 사실상 하야를 권고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목표대로 하마스를 궤멸하더라도 네타냐후의 정치적 인생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