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현지시간 5일 정부의 연금 삭감에 반발해 전국적으로 24시간 파업을 벌였다고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들을 대표하는 노조인 아나오 아소메드, 치모-페스메드, 너싱업에 따르면 파업에는 전체 의료진의 85%가 참여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대 150만 건의 진료 예약이 취소되는 등 의료 서비스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노조측은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유지 업무에 투입되는 조합원은 이번 파업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이탈리아는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보험료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 받을 사람은 계속 늘어나자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첫 번째 조치로 지난 10월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공공 부문 직원, 지방 공무원, 의료진, 보육원 및 초등학교 교사의 연금 지급액을 연간 5∼25% 삭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의료 노조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목숨을 걸고 헌신했던 자신들을 정부가 대우하기는커녕 연금 혜택까지 축소했다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의사 노조인 아나오 아소메드와 치모-페스메드는 공동 성명에서 "최소 5만 명의 의사가 평생 최대 2만6,347유로(약 3,687만 원)에 달하는 연금 삭감을 당하게 됐다"며 "병원에 간 환자가 자신을 치료할 전문가가 적은 걸 보면 누구를 탓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도 좌파 야당인 민주당(PD) 소속 정치인으로 전임 마리오 드라기 정부 시절 보건부 장관을 지낸 로베르토 스페란차는 "정부가 팬데믹 영웅들의 연금을 가로채고 있다"며 "이는 진정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반발이 커지자 정부도 한발 물러섰습니다. 루카 치리아니 의회관계 담당 장관은 전날 "이번 주말까지 의사 연금을 포함한 예산안 수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