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입품·대기업 제품도?…허울뿐인 사회적 기업 ‘우선 구매제’

입력 2023.12.12 (21:32)

수정 2023.12.12 (22:05)

[앵커]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이들이 만든 제품을 공공기관에서 우선 구매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는데요.

지난해 구매 실적만 2조 원이 넘는데, KBS 취재 결과, 사회적 기업이 아닌 대기업 제품 등이 구매 실적으로 포함돼 있었습니다.

최유경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공공기관이 지난해 11월 작성한 구매 계획서입니다.

'앱 콘텐츠 활용' 사업을 위해 아이패드 25대를 산다는 내용인데, 모두 2천만 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계약업체는 한 '인쇄 전문' 사회적 기업입니다.

[사회적 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패드를 어디서 따로 구매해와가지고요?) 네, 따로 구매해서 했었어요. (좀 곤란하지 않으세요?) 그렇죠. 곤란했죠."]

이 공공기관의 사회적 기업 구매 실적은 지난해에만 12억 9천여만 원에 달했습니다.

프린터기와 메모지 등 사무용품부터 등산 장비와 스피커까지, 모두 사회적 기업을 통해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제품은 물론이고 수입품까지 있습니다.

[공공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아무런 관계는 없습니다. 거의 뭐 탱크나 비행기 빼고는 다 납품된다는, 그런 말을 저희들은 하는 정도죠. 뭐든지 원하면 다 되니까."]

지난 2012년 시작된 사회적 기업 제품 우선 구매제.

사회적 기업 판로 지원을 위해 공공기관의 구매 실적을 경영 평가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구매 실적만 2조 원이 넘는데,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사야 실적으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감독기관이 구체적 내역을 확인하지 않아 곳곳에서 편법 구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그냥 손쉬운 방법으로 자기들 실적만 채우려고 하는 것 때문에 결국은 사회적 기업들은 설 자리를 점점 더 잃어가고 있는 거죠."]

정부는 KBS 취재가 시작되자, 지침을 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재국/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 : "일명 '박스갈이'나 '상표갈이'처럼 분명히 눈에 띄는 명확한 문제 행위에 대해서는 지침에 그 부분을 명확히 함으로써…"]

하지만 아직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나 실태 파악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지선호/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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