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양육비 안 준 부모 공개’…‘배드파더스’ 유죄 판결 이유는?

입력 2024.01.08 (18:23)

수정 2024.01.08 (18:38)

[앵커]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 파더스' 운영자에게 대법원이 명예훼손 혐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1·2심에서 유·무죄 판단이 정반대로 나왔을 만큼 논쟁적인 사안입니다.

현행 법 제도로는 양육비 지급을 확실하게 담보받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이혼한 부모가 다투는 사이 경제적·정서적 빈곤 상태에 놓일 자녀들도 걱정입니다.

이 문제, 최민영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최 기자, 먼저 '배드파더스'라는 사이트에 대해서 설명해주실까요?

[기자]

이혼 이후에 자녀를 양육하는 쪽에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또 받아낼 방법도 마땅치 않는 것이 현실인데요,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입니다.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의 얼굴 사진과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 등을 이곳에 공개했고, 이 일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그동안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앵커]

그 재판의 최종 결론이 이번에 나온 거군요?

[기자]

네, 지난 4일 대법원은 구 씨의 행위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해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고 이 사이트의 의미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사적 제재에 가깝고, 양육비 채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얼굴 사진 등 정보가 공개될 경우 양육비채무자가 입게 되는 피해가 매우 큰 반면, 구 씨 등 운영진은 익명 처리된 자료나 통계수치의 제시 등 방법으로도 공론화가 가능했다며 상세한 개인정보를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앵커]

하급심에선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죠.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7명의 국민배심원은 만장일치로 무죄 결론을 내렸고, 재판부 역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신상 공개가 당사자들을 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익상의 목적을 인정했고, 또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유죄로 보고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공개되는 신상정보의 내용이 지나쳐서 인격권과 명예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기준이 임의적이고, 사전 확인이나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비방할 목적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2심 결론을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앵커]

최종적으로 유죄로 결론이 났는데 배드파더스라는 사이트는 그대로 운영되고 있나요?

[기자]

2018년 7월 개설한 사이트는 3년 반 만인 2021년 12월 한 차례 문을 닫았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법' 시행령이 개정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이 시행령에 따라 현재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양육비채무자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직업 등 6개 항목이 공개되는데 얼굴사진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구 씨는, 신상공개는 누군지 특정이 돼야 효과가 있다며 사이트를 4개월 만에 부활시켰고 지금도 여전히 미지급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앵커]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나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은 걸로 아는데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양육비 이행법' 시행령 개정으로 채무자 명단공개 뿐만 아니라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처분도 가능합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제재를 받은 사람은 모두 1,025명입니다.

그동안 72명의 명단이 공개됐고 출국금지 492명, 운전면허 정지요청이 461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이뤄지려면 먼저 가정법원에서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감치명령을 받아야 하고, 이후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그때야 내려지는 조치이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위장전입 등을 통해 소송 자체를 회피하기도 하고, 감치 결정이 판사 재량에 좌우되기도 해서 일각에선 희망고문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대안으로 꼽히는게 있습니까?

[기자]

양육비를 국가가 먼저 지급하고, 미지급 부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거론됩니다.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활발히 운영 중인 제도입니다.

물론 국가가 미지급 부모에게서 양육비를 다시 받아내는 회수율은 20% 수준으로 높진 않습니다.

그러나 재정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아동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자는 취지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었습니다.

[앵커]

네,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양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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