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낳은 게 죄”…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장애인 비하 막말

입력 2024.01.19 (16:42)

수정 2024.01.19 (16:57)


부산에는 성인 발달장애인의 교육을 위한 '평생교육센터'가 두 곳밖에 없습니다. 부산 강서구와 금정구가 각각 구비를 들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서구는 현행법상 오롯이 구비로 예산을 충당해야 하는 문제를 이유로 운영에 난색을 보였습니다. 결국, 내년부터 교육이 아닌 보호 기능이 주가 되는 '주간보호센터'로 바뀔 예정입니다.

지난 17일, 부산 강서구와 북구 구청장이 합동으로 기자 간담회를 연 저녁, 기자와 강서구청장은 '평생교육센터' 존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돌봄에 '국가의 책임'에 공감하며 "발달장애인 부모가 무슨 죄가 있느냐"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북구청장이 불쑥 한마디 던집니다.

김형찬 부산 강서구청장: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발달장애인 돌봄으로) 부모님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안 되면 국가에도 굉장히 해가 많고, 그리고 (발달장애인 부모가) 무슨 죄가 있느냐….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죄가 있다면, 안 낳아야 되는데 왜 낳았노."

김형찬 부산 강서구청장: 아니죠.

오태원 북구청장은 무슨 죄가 있느냐는 말에 "죄가 있다면, (발달장애인을) 안 낳아야 되는데 왜 낳았나" 라고 말한 겁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사이로 북구청장은 문제를 인지한 듯 "내(가) 말 잘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강서구청장이 다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담회는 끝났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표현한 것" 해명…장애인 부모회 "참담하고 눈물 나"


오태원 북구청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해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 제일 좋은 방법은 발달장애아를 안 낳는 것인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니까 안타깝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며, "말이 헛나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장애인부모회 도우경 회장은 "참담하고 눈물이 난다"며, 오태원 청장의 발언이 "장애인은 '안 낳아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행정가라면 장애가 있는 것을 죄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핸디캡이 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며, 오 구청장의 말이 "장애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등록 장애인 부산에서 4번째로 많고,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지정된 북구


2022년 기준, 부산의 등록장애인은 18만 명에 달합니다. 북구는 만 6천 명이 넘는 등록장애인이 있습니다. 부산 16개 구·군 중 4번째로 많습니다.

지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을 합친 발달장애 등록현황에서도 북구는 부산에서 4번째로 많은 발달장애인이 사는 곳입니다.

북구는 또 지난해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동·편의사항을 지원하는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성과를 공유하는 워크숍을 열기도 했는데, 보도자료를 통해 오 구청장은 "내년(2024년)에도 장애·비장애 학습자의 평생교육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여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를 구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평생교육센터'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왜 낳았나"는 막말을 한 북구청장. 발달장애인 자녀를 낳은 사람들을 '죄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장애인을 위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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