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수익 추적하니 ‘피카소’가 나왔다

입력 2024.01.22 (11:32)

수정 2024.01.22 (15:44)

불법 도박 사이트 자금세탁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 40대 B씨가 자금인출관리책으로부터 받은 돈.불법 도박 사이트 자금세탁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 40대 B씨가 자금인출관리책으로부터 받은 돈.

피카소, 백남준,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무라카미 다카시, 이우환.

유명 미술관 작품 목록이 아닙니다. 검찰의 추징보전·압수 목록입니다. 대체 누구의 압수물일까요?

■'억' 소리 나는 도박 사이트 자금…550억 원 세탁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번 돈을 자금 세탁한 혐의로 4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2018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4년에 걸쳐 범죄수익 550억 원을 자금 세탁한 혐의입니다.

이중 검찰이 추징 보전하거나 압수한 자금은 535억 원 상당입니다. 앞서 나열한 작품도 포함됐습니다.

추징보전이나 압수된 건 고가의 작품만이 아닙니다.

검찰이 불법 도박 사이트 자금세탁 일당에게 압수한 40억 원 상당의 수퍼카 ‘부가티’.검찰이 불법 도박 사이트 자금세탁 일당에게 압수한 40억 원 상당의 수퍼카 ‘부가티’.

164억 원의 서울 강남 신사동 부동산, 부산 해운대의 고급 아파트, 한 대에 40억 원이 넘는다는 수퍼카 '부가티', 수억 원대 고가 시계도 포함됐습니다.

부가티의 경우 희귀한 차량이다 보니 도로를 달리는 사진이 찍혀 소셜미디어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진화하는 자금 세탁 수법...하루 6억씩 ATM 출금

불법 도박 사이트 자금세탁 일당에게 추징보전 및 압수한 작품 중엔 피카소의 작품도 포함됐다.불법 도박 사이트 자금세탁 일당에게 추징보전 및 압수한 작품 중엔 피카소의 작품도 포함됐다.

도박조직이 자금을 세탁한 방식은 지능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사치를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여러 방식을 통해 수사 기관과 금융 당국의 감시를 피하려 했습니다.

일단 이들은 도박자금을 여러 개의 타인 명의 계좌를 거치며 현금으로 바꿨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사용한 통장만 100개였습니다.

그런데 현금지급기(ATM)의 하루 인출 한도가 600만 원이어서 통장을 다 합쳐도 하루에 찾을 수 있는 돈은 6억 원에 그쳤습니다.

일당은 그래서 매일 6억 원씩 출금했습니다.

이 돈으로는 수퍼카를 수입 판매하고 타이어 회사를 사고, 부동산 투자와 재개발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어업에도 손을 뻗었습니다. 대형어선 3척을 사들인 겁니다.

검찰은 도박사이트 30대 총책 A 씨가 자녀를 위해 재테크한 거로 보고 있습니다. A 씨의 어린 자녀가 성인이 되면 어선과 부동산을 팔아서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혈연으로 끈끈했던 일당...주범은 도주 중

불법 도박 사이트 자금세탁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 40대 B씨가 자금인출관리책으로부터 받은 돈.불법 도박 사이트 자금세탁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 40대 B씨가 자금인출관리책으로부터 받은 돈.

국내에서 자금세탁을 진두지휘한 혐의를 받는 40대 B 씨는 구속기소 됐습니다. B 씨의 아내와 장모도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또 자금 인출 등을 맡은 혐의로 구속된 일당 30대 C 씨의 경우는 아버지인 60대 현직 수협 조합장도 140억 원을 지금 세탁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검찰은 "범죄수익 회수에 중점을 뒀다"면서 "총 450개 계좌를 추적했고 전국의 해당 조직 관련 도박 사건 기록을 분석했다. 주거지와 법인 사무실, 범죄수익 은닉장소로 추정되는 컨테이너, 농막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대규모 직접수사로 은닉재산을 추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총책격인 도박사이트 운영자 A 씨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A 씨는 2017년부터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용한 혐의를 받습니다.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했는데, 국적을 변경해가며 수사망을 피하고 있고 현재도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거로 파악됩니다.

검찰은 "A 씨를 인터폴에 적색 수배하고 추가 범죄수익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