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대 자동차가 러시아를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현지 공장 매각은 예상된 수순이었습니다만, 이 매각 가격.
아무리 봐도 이상합니다.
단돈 만 루블.
우리 돈 14 만 원에 팔아넘겼습니다.
왜 이런 결정을 한 걸까요?
임승창 해설위원 나왔습니다.
위원님 어서 오십시오.
현대차가 러시아에 있는 공장을 14만 원에 팔았다.
글쎄, 저도 그 정도면 세 개까지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자]
네 저도 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 현대차 그룹 이사회가 러시아 공장 팔기로 결정했다는 게 지난해 연말부터 소식이 들리긴 했거든요.
그런데 러시아 통신사가 매각 계약이 완료됐다, 이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매각 대금은 말씀하신 대로 만 루블. 우리나라 돈으로 14만 원이 조금 넘는 그런 금액입니다.
[앵커]
원래 공장 가치는 얼마였는데요?
[기자]
이게 공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 였는지를 일단 화면을 보시면서 설명을 드리는 게 훨씬 더 이해가 쉬우실 것 같아요.
지금 보시는 게 현대차 러시아 공장 준공식 때 모습인데요. 2010년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에 있는데 당시 발표된 부지 면적이 200만 제곱미터입니다.
[앵커]
이럴 때 등장하는 단어 있죠?
축구장.
[기자]
그렇죠.
축구장이 270에서 280개 정도,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 정도 된다고 보시면 돼요. 굉장히 넓죠?
[앵커]
거의 도시 하나 정도 사이즈인데 이거를 14만 원에 그냥 넘긴 거잖아요?
[기자]
그렇죠.
당시에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업체로는 최초로 특히 완성차 공장을 지어서 화제가 됐었거든요.
완성차 공장이 뭐냐면 자동차 강판 가공부터 만들어진 차의 테스트까지 다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자동차 생산의 전 공정이 다 들어가 있는 공장입니다.
지금 보시는 게 러시아 대통령 푸틴 나오고 있죠?
당시에는 총리였는데 이 푸틴도 참석할 정도로 당시 러시아 현대차 공장이 갖고 있는 의미, 상징성이 굉장히 컸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중국이 어려워지니까 그 다음 시장으로 우리가 눈여겨봤던 게 러시아였잖아요.
그만큼 현대차로서는 공을 들인 시장인데 이거를 14만 원에 넘겼다, 이거는 팔았다고 보기보다 사실상 그냥 던지고 나온 것 같은데 굳이 그래야 될 이유가 있었을까요?
[기자]
사실 저 공장을 지을 때 투자된 돈이 당시 돈으로 5억 유로거든요.
그러니까 7,200억 원 정도 돼요 우리 돈으로.
전체 투자 금액이 1조 원 정도 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런 공장을 포기해야 됐던 이유,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입니다.
2022년 초에 이 전쟁이 시작되면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게 되죠.
당장 부품이 못 들어가게 됐고, 그해 3월부터 어쩔 수 없이 공장 가동이 중단이 됐거든요.
그 상태로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고민 끝에 이제 팔기로 결정한 거죠.
[앵커]
사실 이 시장을 한번 뚫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저렇게 허무하게 나오나 싶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이제 현대 기아차는 러시아에서는 끝난 겁니까?
다시 들어갈 수는 없어요?
[기자]
다시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바이백 조건이라는 게 붙어 있습니다.
[앵커]
바이백, 되산다?
[기자]
네.
되 살 수 있는 조건을 붙여 놨거든요.
2년 안에 공장을 살 수 있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사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 그룹이 러시아에서 굉장히 잘 나갔거든요.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그룹 전체 러시아 판매량을 보면 전쟁 직전인 2021년에만 37만 대를 팔았어요.
이때 해외 브랜드 가운데 현대차 그룹이 시장 점유율 1위였습니다.
특히 진출하면서부터 러시아 현지 공략형 모델도 들고 갔기 때문에 상당히 인기가 있었거든요.
이런 부분을 포기하기 너무 아깝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싼 값에 넘기는 대신에 다시 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붙였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앵커]
글쎄요.
바이백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그냥 서로 모양 좋게 떠나기 위해서 붙인 것 같기도 한데, 그러면 2년 뒤에 다시 살 때도 14만 원에 살 수 있어요?
[기자]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는데요.
아마 그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현대차가 러시아 공장을 되산다는 건 전쟁이 끝난다는 얘기고, 그럼 부품이 공급돼서 자동차 생산이 재개된다, 이런 의미를 갖게 되죠.
또 공장을 사는 러시아 기업이 이걸 모를 리가 없어요.
자동차 생산 그러면 이제 산 값 그대로 러시아 기업이 이걸 현대차에 다시 넘길리는 없고요.
특히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공장에서 자동차가 생산될 거기 때문에 그럼 이걸 포기하는 거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고, 또 지분을 다는 못 넘긴다, 일부를 넘길 테니 합작 회사를 만들자 이런 요구를 할 수도 있어요.
이런 구체적인 바이백 조건은 매매 계약서에 다 들어 있거든요 어느 정도는. 그런데 이게 비밀이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앵커]
우리가 이제 던졌을 때는 누군가가 샀다라는 얘기인데 누가 사 갔습니까?
[기자]
러시아 기업이 샀습니다.
러시아 공장을 인수한 곳이 아트파이낸스라는 러시아 기업인데 러시아 산업통상부 장관이 늦어도 올해 중반부터는 여기서 차량이 생산될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그래서 공장이 돌아갈 거라는 얘기고, 이게 나중에 바이백, 다시 되살 수 있을 때 생산되던 공장을 다시 넘겨받는다는 거는 그만큼 가치를 지불해야 된다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이 아마도 나중에 넘겨받을 때 돈을 더 지불해야 되는 이런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러시아가 이렇게 자체적으로 자기들이 공장 운영했을 때 잘 돌아가면 굳이 현대차한테 나중에 뭐 아쉬운 소리 하면서 다시 좀 사주세요, 이렇게 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자]
일단은 현대차 그룹과 러시아가 그동안 맺어 놓은 관계가 있고요.
그리고 그동안 쌓아놓은 시장에서의 이미지가 있거든요, 현대차 그룹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시장점유율이 1위까지 올라갔었던 기업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훨씬 더 메리트가 현대차 그룹이 갖고 있지 않을까.
다만 임시 철수한 거지만 나중에 다시 들어가게 되면 그런 부분도 러시아 정부에서도 아마 감안을 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그래도 현대차는 좀 그나마 오래 버틴 거잖아요?
이미 다른 자동차 회사들 다 털고 나오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외 기업들이 많이 철수했는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얼마 뒤인 2022년 5월에 프랑스 르노가 모스크바 공장을 모스크바시에 넘겼는데 이때 매각 대금이 2루블,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29원 정도입니다.
[앵커]
29원이요?
그러면 현대차는 14만 원 팔았으면 뭐 영업 잘한 건가요?
[기자]
상대적으로 많이 받았다고 볼 수는 있는데 대신 르노가 갖고 있는 바이백 조건이 현대차보다 긴 6년입니다.
훨씬 더 길죠.
또 같은 해 10월에 일본 닛산은 공장을 포함해서 러시아에 있는 자산을 러시아국영자동차개발연구소에 1유로, 1,400원 정도에 넘겼고요.
미국 포드도 5년 내 바이백 조건을 달고 러시아와의 합작회사 지분 49%를 넘겼습니다.
그러니까 대부분 러시아 기업 아니면 러시아 정부에 속해 있는 어떤 기관 이런 부분에 넘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그러면 현대차가 나온 그 빈자리는 누가 차지합니까?
누가 덕을 봐요?
[기자]
현대차 그룹의 빈자리를 채우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지금 실제로.
혹시 어느 나라 기업이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추정이 가능하신가요?
[앵커]
러시아하고 친한 중국.
[기자]
맞습니다.
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약진이 굉장히 두드려집니다.
트라 분석을 보니까 지난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 정도로 굉장히 많이 늘어났어요.
러시아 진출을 원하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또 추가로 또 있거든요.
그래서 현대차 그룹이 다시 러시아 공장을 사더라도, 그리고 러시아 시장에 다시 진출을 하더라도, 이 전쟁의 틈새를 파고든 중국 기업들과 다시 한번 전면전을 치러야 하는 이런 상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그러면 현대 기아차는 이제 2년 뒤에 만약에 그걸 다시 바이백 한다면 다시 또 이제 러시아 진출해서 그때는 이제 중국한테 일종의 도전자로서 이제 나서야 될 텐데, 그때 중국하고 경쟁에서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이 부분도 좀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요?
[기자]
러시아 모스크바 공장에서 생산되던 차량이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하고 좀 다르거든요.
러시아 공략형 현지형 모델이 있고 특히 유럽 시장의 전초 기지로 활용했기 때문에 유럽 시장에서 인기 있는 소형차 모델들이 많아요.
그래서 유럽과 러시아에서 러시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그런 제품은 이미 확보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아무래도 시장에 다시 진출하게 되면 어느 정도 유리한 상황을 차지할 것 같고요.
2021년 판매 대수를 봐도 아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차지할 수 있는 그런 비중이라든지 능력이 있다는 부분은 이미 검증이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2년 바이백이라는 그 조건이 어쨌든 2년 안에 전쟁이 끝난다 라는 거 그걸 전제로 한 거잖아요?
물론 뭐 트럼프는 자기가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전쟁 끝낸다고 얘기했으니까 뭐 가능할 수 있겠지만, 글쎄요.
2년 안에 끝낼 수 있겠죠?
어떻게 보세요?
[기자]
일단은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그렇고, 그리고 이제 자동차 업종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공장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다른 기업들도 있잖아요.
그런 기업들을 위해서라도 2년 안에, 2년이 아니라 그 전에도 전쟁이 최대한 빨리 끝나는 게 훨씬 우리 기업들한테도 좋을 거고요.
특히 국제 에너지 시장이라든지 이런 데 미치는 영향도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아마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는 그런 상황일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뭐 삼성과 엘지도 러시아에 현지 공장이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전쟁이 빨리 끝나서 큰 문제 없이 사태가 일단락 됐으면 좋겠네요.
임승창 위원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