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침묵…반도체 판도가 바뀌다! [창+]

입력 2024.03.17 (10:00)

수정 2024.03.17 (10:21)


[시사기획 창 '삼성, 잃어버린 10년' 중에서]

삼성의 혁신과 IT 시장의 지속적인 확장, 그리고 세계정세의 행운이 맞물리며 삼성은 파죽지세로 성장합니다.

이렇게 치솟는 직선을 하나 그으면, 그게 삼성의 매출 증가세입니다.

여러 번의 경제 위기가 있었지만 삼성은 거침이 없습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삼성이 세상에서 가장 큰 IT기업인 HP에 근접했다’ 대서특필합니다.

<녹취> 스티브 잡스/ 첫 아이폰 출시 당시(2007년)
“인터넷 탐색기, 아이팟, 폰... 뭔지 알겠어요? 세 개의 기기가 아닙니다. ”

애플이 연 스마트폰 세상이지만 전성기를 맞은 건 삼성입니다.

아이폰의 메모리, LCD는 물론 스마트폰의 두뇌인 AP까지 모두 삼성이 공급했고,
삼성은 곧 갤럭시 시리즈까지 성공시키며 스마트폰의 왕좌에 오릅니다.

그리하여 1998년부터 15년간, 매출은 매년 17% 이상 고속성장합니다.

자 그런데, 이후가 문제입니다.

2014년부터 3년 연이어 매출이 2013년을 밑돕니다.

세계적인 서버 증설 수요가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만들자 회복되지만, 다시 또 떨어지고...
코로나 비대면 수요 때 올랐다가, 또 떨어집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클만 반복되고, 성장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1% 초반에 그쳤습니다.

<인터뷰> 박주근/ 리더스 인덱스 대표
“실제 (19)98년 IMF 이후부터 2013년, 그리고 2013년부터 23년 10년간을 구분을 해 보면 삼성전자의 매출 성장 곡선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우선 전반부 15년 동안의 매출 성장 곡선은 거의 20% 가까운 성장세를 꾸준히 보인 반면에 지난 10년간은 그 이전 10년, 15년보다 확실히 성장세는 꺾였다고 볼 수 있는 분명합니다.”

기준을 원화가 아닌 달러로 바꿔 보면 상황은 보다 분명해집니다.

사이클이 좋을 때도 성장세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10년 전, 2013년 보다 적습니다.
삼성이, 10년간, 역성장을 한 겁니다.

<인터뷰>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삼성전자의 매출의 거의 90%, 약 90%는 해외에서 발생하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달러로 보는 게 더 맞죠. 특히 지난 2013년 이후의 삼성전자의 매출 성장 곡선은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0.8% 까지나옵니다, 2023년 기준으로. 그래서 이렇게 본다면 지난 10년은 분명 삼성전자에게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이 제자리걸음 하는 동안, 세계 IT 업계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었습니다.

세계 혁신의 심장,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아마존의 프로토타이핑 랩, 일종의 고객 상담실입니다.

세계 온라인 상거래를 장악한 유통 업체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 AWS를 홍보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서버나 저장 공간, 제품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기업 내부가 아닌
온라인상에서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실제 클라우드에서 작동되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입니다.

<인터뷰> 스테파노 마르차니/ AWS SDV 테크 리더
“자율주행 시연 영상인데요, 여기에선 다른 차량이 있어 까다로운 상황에서 장애물을 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멈춰 서게 됩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잠시 기다렸다가 도로 중앙의 장애물을 추월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수많은 개발자가 참여해 이런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클라우드의 위력이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스테파노 마르차니/ AWS SDV 테크 리더
“수천, 수만 명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려고 할 때 그들 모두에게 이런 개발할 하드웨어를 수천 개씩 지급할 수는 없어요. 경제적 측면에서 말이 안 되죠. 클라우드에선 개발자들 모두에게 표준화된 도구를 제공할 수 있죠. 마치 정확히 개발해야 할 하드웨어에 직접 작업하는 것 같이 작동하죠.”

이렇게 고객이 제품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줄이는 성과가 확인되자 기업 이익은 급속히 늘었습니다.

이젠 본업인 유통을 압도합니다.

그런 아마존의 차세대 전략의 핵심은 AI입니다.

챗 GPT 같은 거대언어모델 AI를 구축하거나, 자율주행 등 AI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기업에게 최적의 플랫폼이 되겠단 겁니다.

놀랍게도 아마존은 이를 위해 직접 반도체 칩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두뇌에 해당하는 CPU는 물론, AI 추론 전용 칩에 이어 챗 GPT 같은 AI의 학습에 특화된 칩까지 독자 개발했습니다.

첨단 설계 기술 확보를 위해 안나푸르나 랩스라는 칩 설계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인터뷰> 체탄 카푸어/ AWS제품관리 총괄이사
“어떻게 유통회사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고, 또 칩을 만드느냐 하는 점은 참 흥미로운 부분이죠? 칩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고객의 요구와 시장 상황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민첩하게 반응합니다. 그렇게 안나푸르나 랩스를 통해서 칩을 설계하는 첫 주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죠. 우리가 우리만의 칩을 처음부터 만들면, 우리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성능에 정확히 초점을 맞출 수 있어요”

이런 생각을 아마존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
황금기를 맞은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이 AI 시대를 아예 ‘맞춤형 칩’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녹취>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제 가속 컴퓨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컴퓨팅, 고성능 컴퓨팅을 원한다면, 더 이상 일반적인 용도의 반도체로는 안돼요. 분야별로 특화된 맞춤형 가속화가 필요하죠. 이것이 바로 가속 컴퓨팅이라는, 우리 엔비디아 성장의 기반을 움직여가는 힘입니다.”

CPU가 수학에 정통한 대학교수님 한두 분이라면 엔비디아의 GPU는 산수를 잘하는 수십 명의 초등학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성능을 비교하면 떨어져요.
하지만, 수많은 단순한 계산 작업을 동시에 함께 수행한다는 게 강점이죠.

이게 이미지를 빨리 구현하는데 결정적으로 유리한데,
바로 이 점이 AI에 딱 맞춘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겁니다.

세계 최대의 IT 기업인 애플은 인텔의 CPU를 버렸습니다.

아이폰과 맥북에 들어가는 모든 칩을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는 자체 제작 칩으로 바꿔 시장을 주도합니다.

구글도, 퀄컴도, 심지어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도 지난 10년 근본적인 변화의 한 축은 바로 이런 맞춤칩 설계입니다.



관련방송: 2024년 3월 12일(화) 밤 10시 KBS 1TV/ 유튜브 <시사기획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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