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신공항의 조감도. 대구시는 2029년 말까지 이 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인데 몇 가지 쟁점 사안도 남아있습니다. 대구광역시는 대구 중심에 있는 K-2 군 공항을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으로 옮기는 '대구경북 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전 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민 투표를 거쳤고, 군위군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경북 군위군을 대구광역시 군위군으로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지난해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큰 산을 넘었고, 이후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신공항 사업은 시원하게 뻗어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해결해야 할 중요 쟁점 몇 가지가 남아있는데요. 이를 정리했습니다.
■또다시 원점? …'부글부글' 의성 민심대구경북 신공항은 대구시 군위군과 경상북도 의성군에 약 절반씩 걸쳐서 지어집니다. 의성 주민들은 군 공항의 소음을 감내하는 대신,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이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공항 이전에 찬성했습니다.
2020년 공항 이전 터 선정을 놓고 갈등이 벌어졌던 당시,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군위군과 의성군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지역 발전 방안을 담은 2건의 공동합의문을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애매한 합의문 조항 탓에 '화물 터미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를 두고 지난해 논란이 벌어졌고, 극한 대립 끝에 결국 의성과 군위 두 곳에 각각 화물 터미널을 짓는다는 '복수 터미널 방안'으로 가까스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공항을 짓는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복수 터미널 불가" 발언을 의성군에 여러 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항공 물동량 등을 감안할 때 복수 터미널을 짓기엔 경제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화물 터미널이 의성에 들어서지 않는다면 의성군으로선 소음 피해의 대가인 '항공 물류 전문 지역'의 꿈을 이룰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취재진이 만난 의성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박재완 / 의성군민 "소음만 들어오고 화물 터미널 안 오면 누가 하겠어요. 아무도 찬성할 사람 없습니다."
오용식/의성군민 "1년, 2년 고생을 해서 화물 터미널 의성 배치를 믿고 있었는데, 지금 와서 이러면 참 허탈하기 짝이 없어요. 의성군민을 무시하는 건지. 어떻게 이럴 수가…."
박지원/의성군민 "젊은 층은 공항 사업을 통한 경기 부흥이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국토부 번복으로 상당히 실망스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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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또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구시가 국토부 설득이나 의성군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불만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항을 바라보는 의성군민의 심정은 복잡합니다. 지역 발전의 희망이 될줄 알고 유치에 찬성했는데, 정작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긴 하는 것인지, 개발은 없고 소음만 가져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큽니다. 의성군에선 화물 터미널 설치가 없다면, 공항 이전을 거부하겠다는 목소리가 확산하는 상황. 국토부가 다음 달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합의한 복수 터미널 방안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신공항 사업은 크게 휘청일 수 있습니다.
■ 패싱 당한 대구 민심?…주민 의견 '0건'대구공항은 기본적으로는 공군 작전을 위한 군사 공항이지만, 대구시민이 쓰는 민간 공항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워낙 도심에서 가까워 전투기 소음이 심각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동시에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군 공항을 떠나보내더라도 민간 공항은 그대로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시민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구시민의 의견이 공항 이전 절차에 반영됐는지를 두고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구시가 군위군, 의성군의 의사는 물었지만, 정작 대구시민에게는 '공항 이전 찬반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는 거죠. 대구 민간공항지키기단체 연대회의는 지난달 헌법 소원을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대구민간공항 존치를 원하는 단체들은 대구시가 대구시민의 의견을 묻는 작업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구시는 2021년 8월 시청 홈페이지에 14일간 게시하는 방법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몇 건의 의견이 들어왔는지, 찬반 비율은 어땠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KBS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몇 건의 의견이 들어왔는지 등을 물었는데,
대구시의 답변은 "의견 제시 없음"이었습니다. 즉 대구시민의 의견이 0건이었다는 건데요, 대구의 최대 사업이라는 공항 이전 사업을 두고 주민 의견이 한 건도 없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구시가 2021년 8월 올린 주민 의견 수렴 공고. 10조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공고인데 조회수가 92회에 불과합니다. 저 92회 중 최소 5건 이상은 이번 취재 과정에서 올라갔습니다. 공항시설법과 시행령(7조 3항)은 공항 종합계획 수립이나 변경 때,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14일 이상 주민이 열람하게 하고 그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대구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며 형식적으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지켰지만, 정작 아무런 의견이 들어오질 않았으니 실질적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했는지에선 다툼의 여지가 생긴 겁니다.
백수범/헌법소원 대리인 변호사 "홈페이지에 14일간 올린 것만으로 '법적인 의무를 다했다', 이게 대구시가 할 책임 있는 답변인가 이 부분을 헌법소원에서 쟁점으로 다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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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의견 수렴 절차에 대한 대구시와 국토교통부에 사실조회서를 보냈고, 대구시와 국토부는 답변을 회신했습니다. 절차는 지켰지만 정작 실질적인 의견 수렴은 없었던 신공항 사업, 이를 헌재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헌법소원 결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신공항 건설을 담당하게 될 '특수목적법인(SPC)' 구성도 아직 미완성 단계입니다.대구시는 지난주 LH와 금융기관 등 공공기관과의 협약 성사에 이르렀지만, 문제는 민간 기업의 참여입니다. 최악의 건설 경기, 높은 금리 등 민간의 사업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변수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대구시가 밝히는 SPC 구성 완결 시점도 지난해 말에서 올해 상반기, 올해 하반기로 조금씩 늦춰지고 있습니다.
14조 원가량 투입되며 대구경북의 역사상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대구경북신공항 사업. 꾸역꾸역 진행되고는 있긴 한데 아무래도 단계 단계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사업이 과연 무사히 마무리될지, 2029년 혹은 2030년엔 신공항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