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은] 여성 옷차림 지적…외부 문화 유입 견제 외

입력 2024.04.06 (08:35)

수정 2024.05.03 (14:28)

[앵커]

북한은 옷 입는 것마저 당의 의견에 따라야 합니다.

관영매체에선 철마다 어떤 옷이 보기 좋은지 알려주는데요.

그런데 이런 지도는 이상하게도 여성옷에 집중돼 있습니다.

국가가 옷차림에 대해 지침을 내놓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런 간섭이 여성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일은 더욱 납득이 안 가는데요.

왜 그럴까요?

<요즘 북한은> 첫 번째 소식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화사한 봄꽃이 자태를 뽐내는 계절.

북한 매체가 봄 날씨에 어울리는 주민들 옷차림을 보도했는데요.

[조미예/백산피복제작소장 : "흰색, 연하늘색, 분홍색 이렇게 봄 계절을 강조해 주는 색깔로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밝은색 옷차림을 강조하는 건 김정은 체제에서 생긴 변화라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최희선/중앙대 객원 교수/'북한 산업미술 70년' 저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굉장히 색에 민감해요. 새로운 미감을 강조하면서 옷을 많이 밝게 만들었거든요. 지도자가 미는 색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유독 여성들 옷차림에 집중된 걸 볼 수 있는데요.

10분가량 방송 중에 남성 옷 분량은 1분 정도에 그칩니다.

한복 관련 방송에서도 여성 한복만 다룹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 여기저기서 정보를 찾다보면 자칫 외부 문화에 물들 수 있어 사전 조치를 취하는 차원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여주인공이나 이런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 이런 것들에 대해서 주목하고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서양화될 수밖에 없잖아요."]

사회주의 사상을 고조시키기 위해 당국이 제작한 교육 영상에서도 여성 옷차림을 집중적으로 지적합니다.

최근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된 영국인 남성 진행자의 바지를 뿌옇게 처리했습니다.

바로 청바지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청바지를 미 제국주의 상징이라고 가르치는 북한에선, 방송에서 노출되는 것조차 철저히 막는 모습인데요.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청바지는 어떤 자유나 저항 같은 상징성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입는 것은 금지된 걸로 알고 있고."]

북한 방송이 유난히 강조하는 여성 옷차림.

외부 문화의 유입과 확산을 막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속내가 엿보입니다.

[앵커]

기름작물 장려…“어디에 심나?”

최근 북한은 기름작물, 즉 기름을 짤 수 있는 식물 심기를 독려해 왔습니다.

특히 요즘 들어 북한에서 지방발전 이십승십 정책이 진행되면서, 당국이 기름원료를 확보하겠다며 해당 작물 재배를 자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직접 개간한 땅에 이런 작물들을 재배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데요.

식량 작물을 심어보겠다고 토지를 개간한 주민들의 경우 이래저래 속이 편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북한은> 두 번째 소식입니다.

[리포트]

지난 1월에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방발전 20x10(이십승십) 정책을 위해 원료 기지 조성을 강조했는데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자재와 자금보장, 원료 기지 조성 사업에 이르기까지 지방공업공장 건설과 운영 준비와 관련한 모든 사업을 통일적으로 장악 지휘하는 체계를 정연하게 세우고."]

지방공장에서 사용할 원료, 특히 기계부품에 필요한 윤활유 등을 확보하기 위해 강조되는 것이 기름작물 재배입니다.

피마자 열매는 윤활유나 비누, 화장품의 원료가 되고, 해바라기 씨로는 식용 기름도 만듭니다.

지난달에만 모두 여섯 차례나 기름작물 재배가 다뤄졌을 정도입니다.

[김순덕/숙천군 지방공업관리부장 : "피마주(피마자), 해바라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름작물을 많이 심어서 원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래설까요.

지난 15일 노동신문에선 기름작물 재배를 대중운동으로 전개하도록 제시했습니다.

기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과거에도 주민들에게 기름작물 재배를 적극 권장했습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시점에는 피마자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장려했어요. 유가 변동 폭 문제가 확산하던 시점이었고 사회주의권이 붕괴되면서 이때 수입해서 원료로 사용되어야 할 기름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기름작물 재배를) 장려하게 된 것이죠."]

이번엔 지방에 세워질 공장들이 많다 보니 더 많은 원료를 확보하려는 건데요.

문제는 이 기름작물을 어디에 심을 거냐는 겁니다.

알곡 생산에 차질이 생길까봐 일반 경작지는 어려울 것이고 주민들이 직접 일궈놓은 이른바 ‘소토지’가 유력한 재배 장소로 꼽힌다는 겁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기존에 잘 정비되었고 잘 정리가 되어 있던 땅을 피마자라든가 원료 공급의 필요한 토지로 활용하게 되면 곡물 생산성이 굉장히 많이 떨어지게 된다는 거죠. 아무래도 개인들한테 그 부분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먹거리 문제 해결이 절실한데, 당국의 정책에 따라 기름작물도 챙겨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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