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백두대간 동식물…희귀 종자의 보고

입력 2024.04.06 (08:56)

수정 2024.04.06 (09:43)

[앵커]

우리 국토의 약 70%는 산지로 이루어져 있죠.

주로 북쪽과 동쪽에 높고 험한 산이 많은데요.

특히 북쪽의 백두산에서 시작된 산맥은 금강산과 설악산, 태백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졌는데, 이를 놓고 백두대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백두대간은 오랜 옛날부터 여러 동물의 서식처이자, 식물의 자생지로서 한반도의 생태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지금은 남한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동식물들의 종자를 보존하는 곳, '남녘의 백두산'을 김옥영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한반도의 척추라 불리는 백두대간에 봄이 왔습니다.

긴 겨울을 버틴 동식물이 새로운 계절을 맞아 움트는 시기.

이 수목원에도 나른한 봄기운을 만끽하는 동물이 있었는데요.

바로, 호랑이입니다.

[허성용/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사육사 : "현존하는 호랑이 중에서 제일 큰 호랑이고 그래서 백두산 호랑이 또는 아무르 호랑이,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호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수목원에는 백두산 호랑이가 총 6마리 살고 있다고 합니다.

남한 수목원에 어떻게 터전을 잡았는지 지금 함께 만나보시죠.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백두대간 수목원은 백두대간의 생물을 보전하기 위해 2018년 문을 열었습니다.

총면적이 5천 헥타르에 달해 아시아 최대 규모입니다.

[나채선/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실장 : "앞으로의 기후 위기에 대응해서 백두대간에 있는 모든 생물, 우리의 산림 생물 자원을 보존하고자 만들어진 곳이 바로 백두대간수목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백두대간의 상징, 백두산 호랑이를 보전하기 위해 마련된 방사장도 있는데요.

축구장 5배 면적으로 조성된 호랑이 숲입니다.

[허성용/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사육사 : "같이 한번 가보실까요? (너무 좋아요. 그럼 호랑이 만나러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호랑이 보러 가요. 따라오시죠."]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

["저 너무 긴장돼요, 지금. 호랑이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에요."]

숲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립니다.

이제, 과거 백두대간을 뛰어다녔을 호랑이를 만나러 가볼 텐데요.

[허성용/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사육사 : "여기는 사육사들만 들어와서 이렇게 차량을 이용해서 호랑이들 보행이라든지 특이한 사항이 있으면 그런 것들 다 확인하는 곳이라고 보시면 돼요."]

드디어 눈앞에 마주한 백두산 호랑이, 11살 '한'입니다.

낯선 사람의 방문을 경계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노려보는데요.

["저게 지금 경계를 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남매 호랑이 '도'는 차량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와 한참을 어슬렁거립니다.

이런 행동을 보이는 데에는 호랑이마다 제각각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허성용/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사육사 : "'도' 같은 경우에는 조심성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차가 아까 조금만 움직여도 그렇게 움직이려고 했던 게 조심성이 많기 때문에 그런 특징들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허성용 사육사는 틈틈이 호랑이의 움직임과 상태를 메모했는데요.

[허성용/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사육사 : "호랑이들 건강 상태나 이런 걸 조금 더 저희가 파악하기도 쉽고 조금 더 나아가서 연구나 이런 데에도 자료로 이용해서 쓰인다고 보시면 돼요."]

백두산 호랑이들의 야생성을 지키고, 자연 상태 같은 사육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섭니다.

마침 방사장에 나온 4살 태범이가 특이한 표정을 짓습니다.

["냄새를 좀 더 깊이 맡기 위해서 그런 표정을 짓는다고 보시면 돼요."]

이런 호랑이의 표정과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 이들이 있었는데요.

[전유정/경북 봉화군 : "(백두산 호랑이) 태범이, 무궁이 좋아하는 팬분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애들 소식 전하려고 자주 옵니다. (얼마나 자주 오세요?) 매일 옵니다. (매일이요?) 네."]

6마리의 백두산 호랑이는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봉화 주민인 전유정 씨도 그 중 한 명인데요.

지난 1년간 유정 씨가 촬영한 영상입니다.

호랑이들은 눈밭을 뛰놀거나, 서로에게 장난을 걸기도 합니다.

다른 호랑이를 깜짝 놀라게 하는 모습에선 천진한 모습도 보이는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땅에 사는 '백두산 호랑이'에 대한 유정 씨의 애정도 더욱 각별해졌다고 합니다.

["이거는 만들었어요. (너무 귀엽다. 이것도 호랑이예요.) 이것도 수작업으로. (인간 호랑이세요)."]

[전유정/경북 봉화군 : "(백두산 호랑이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백두대간의 대표 동물인 백두산 호랑이와 함께 이곳에는 백두대간의 야생식물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수목원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커 가고 있는 백두대간의 식물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국내 최대의 고산식물 보전시설인 '알파인 하우스'입니다.

이곳에선 백두산 지역의 고산지대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민호정/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정원사 : "이 식물은 백두산 해발 700m 이상 고온에서 습지에서 자라는 백산차라는 식물입니다. 남한에서는 자생을 많이 안하기 때문에 소중합니다."]

["향기 한번 맡아보시겠어요. (백산차는 살짝 로즈마리 향이 나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러면서 약간 한방 냄새도 나죠. (네, 맞아요.)"]

차로 마실 만큼 향과 맛이 좋다고 하는데요.

백산차는 북한에서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귀한 식물이라고 하는데요.

백두산의 희귀 식물은 또 있었습니다.

[민호정/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정원사 : "이 꽃은 진퍼리꽃나무입니다. 백두산에서는 6월에 (꽃이) 피는데 지금 여기는 하우스다 보니까 3월 초순부터 피어서 한 달 가량 피어있거든요. 이 식물 같은 경우에는 백두산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은 아니에요."]

백두산의 고산식물은 거센 바람과 극심한 추위 속에 자라는데요.

최근엔 기후변화로 자생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민호정/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정원사 : "기후변화에 따라서 식물들이 추위에 강한 고산 식물들은 위로 위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수목원에선 백두대간 식물 보전을 위해 종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영하 20도를 유지하며 식물의 씨앗인 종자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나채선/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실장 : "백두대간에 있는 식물 수집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 1,700종 중에 900종 정도가 여기 보관돼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여기에는 백두산에서 수집한 아홉 종의 종자를 비롯해, 백두대간의 희귀 종자가 포함돼 있습니다.

[나채선/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실장 : "만삼이나 맥문아재비 등의 식물들을 백두산에서 직접 수집했고요. 만삼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종자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남북을 잇는 백두대간.

그곳의 동식물을 보호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허성용/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사육사 : "백두산 호랑이 자체가 지금 엄청난 멸종 위기종에 처해 있어서 저희가 이렇게라도 안정된 공간에서 보호하지 않으면 완전히 멸종될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보존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채선/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실장 : "야생식물들이 실은 하나의 큰 자원이거든요. (하지만) 기후 위기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어서 잘 보존을 해야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언젠가는 북녘땅에서 백두산 호랑이와 백두대간의 들꽃을 직접 만날 수 있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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