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막대한 개발이익이 걸린 대도시 재개발이나 재건축의 경우 조합 내 고소·고발 등 각종 갈등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일쑵니다.
서울에만 수백 곳에 이르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실태와 문제점을 김상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대형 개발계획이 발표된 용산 정비창 부지 바로 앞, 정비창 전면 1구역입니다.
좁다란 골목 사이로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비가 새는 걸 임시로 막기 위해 지붕 위에 장판을 올려 뒀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곳곳이 낡았습니다.
[재개발사업 조합원 : "(집을 지은 지) 43년 됐습니다. 지금 집 수리도 못 하고 이제 어차피 개발되면 다 헐어야 하니까."]
하지만 20년 전부터 추진한 재개발 사업은 아직 첫 삽도 못 뜬 채 허송세월하고 있습니다.
2018년 간신히 구역지정이 돼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업체 선정 문제 등으로 토지주들이 추진위원장을 해임하면서 양측 간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무철/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 재개발사업 전 추진위원장 : "방해만 없었으면 지금 이미 사업 시행인가 하고 관리 처분 중일 겁니다."]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원/음성변조 : "거의 민사(소송)만 한 40건 돼요. 하도 민사(소송)를 해서 다 이겼어요. 이의 제기 신청해서 또 '혐의 없음' 나오면 또 항고를 해요."]
역세권에 교육 환경도 뛰어나 개발 기대가 높은 흑석2구역, 이곳도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일부 토지주들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2021년 말에는 구청을 상대로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무효로 해달라는 행정소송까지 냈습니다.
[흑석2재정비촉진구역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음성변조 : "건물을 크게 갖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내가 손해 보겠다'싶으니까 그러겠죠."]
현재 서울시 내 재개발·재건축 구역은 대략 700여 군데, 대부분 비슷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이러는 사이 조합 운영비는 물론 분양가, 시공비까지 줄줄이 오르고 결국 주민들이 내야 할 분담금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원/음성변조 : "깨끗하게 좀 살면 좋겠고, 우리 같은 사람은 그 안에 아파트 짓고 살 수 있을지, 죽을지 모르겠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모아타운' 같은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도 추진되는 만큼, 사업 지연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없는지 점검하고 지원할 수 있는 행정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김상협입니다.
촬영기자:이재섭/영상편집:신남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