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 의한 종교인 학살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우선 전북 지역 기독교인 104명의 학살이 공식 인정됐는데, 진실화해위는 전국적으로 희생자가 천7백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동희 기잡니다.
[리포트]
전북 고창군에 있는 덕암교회.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이 교회 전도사 오병길 씨는 인민군을 피해 토굴에 숨어들었습니다.
[오봉환/오병길 씨 유족 : "사돈네 집에 가서 굴을 파고 거기서 피신을 하는데 태극기를 놓고 또 성경을 놓고 항상 기도하면서…."]
하지만 은신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각되고 오 씨는 아들과 함께 빨치산들에게 희생당했습니다.
이후에도 약탈과 학살이 이어졌고 이 교회에서만 스무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오봉환/오병길 씨 유족 : "'아저씨들 이 종을 떼어가 버리면 우리가 예배를 드릴 수가 없네요'라며 말린 형수를 데려갔어요. 7살 먹은 아들 하나가 있었어요."]
진실·화해위원회가 이렇게 희생당한 전북지역 기독교인 104명을 한국전쟁 시기 인민군에 의한 희생자로 인정했습니다.
전북 군산과 김제, 정읍 등 8개 지역 교회에서 학살이 발생했는데, 희생자는 일반 교인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대한민국 제1호 변호사' 홍재기 씨, 제헌국회의원인 백형남, 윤석구 의원 등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시기 종교인 학살이 공식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현수/전주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실장/발굴 참여 : "반동분자라고 찍혀 있는 사람들을 토굴로 가서 학살한거죠. 유해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당시 인민군은 주로 우익단체에서 활동하던 종교인들을 이른바 '친미·반동' 세력으로 보고 학살했는데, 진실화해위는 이렇게 희생당한 종교인이 1,70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진실규명 결정을 시작으로 종교인 희생사건 조사 결과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김지훈/자료제공:덕암교회· 전주대학교 박물관·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