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 모두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던 해병대 수사단의 기록이 경찰로 이첩된 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국방장관이 세 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현장 지휘관 2명에게만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공수처는 이 결정이 내려진 과정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8월 2일 낮 12시 7분.
윤석열 대통령이 휴대전화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이던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는 4분 5초 동안 이어집니다.
이후 12시 43분, 12시 57분에도 각각 13분 43초, 52초 동안 모두 3차례 통화가 이뤄집니다.
해병대 수사단이 해병대원 순직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했던 날입니다.
통화를 전후해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긴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보직 해임됐고, 같은 날 저녁 국방부는 경찰에서 사건 기록을 회수합니다.
엿새 뒤인 8월 8일 아침 7시 55분에도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은 33초 동안 통화했습니다.
다음날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건 조사 결과를 재검토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른바 'VIP 격노설'이 불거진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 직후, 이 전 장관은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위성곤/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해 9월 4일/국회 예결특위 : "그날(7월 31일) 대통령실로부터 혹시 전화를 받으셨나요?"]
[이종섭/당시 국방부 장관 : "이 사건과 관련해서 따로 전화 받은 거 없습니다."]
이 전 장관 측은 "장관이 대통령과 통화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면서 "8월 2일 통화 전에 이미 박 전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지시가 이뤄졌다"고 반박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지난 9일 : "국방부 장관에게 이렇게 좀 질책을 했습니다. 시신을 수습하는 그런 일인데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이런 인명 사고가 나게 하느냐."]
비슷한 시기 이종섭 장관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등 대통령실 관계자를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도 수차례 통화했습니다.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외압 의혹의 주요 변곡점마다 등장하는 통화.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권한 밖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공수처가 밝혀야 할 부분입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촬영기자:유현우 허수곤/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김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