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부산전 복기한 수원 변성환 감독 “저는 전진우 반드시 살려낼 겁니다”

입력 2024.06.04 (08:00)

수정 2024.06.04 (10:05)


수원 블루윙즈의 열 번째 사령탑으로 취임한 변성환 감독의 지난 한 주는 숨 가쁘게 흘러갔다.

5월 26일 이랜드전 패배 후 염기훈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한 후 수원 박경훈 단장은 미리 준비된 사령탑 리스트를 통해 새 감독 선임 작업에 발 빠르게 착수했고, 이랜드전 후 이틀 만인 28일 변성환 감독에게 면접을 제의했다.

꿈에 그리던 프로팀 사령탑 제안에 변 감독은 그간 자신이 정립해 온 축구 철학, 게임 모델을 박경훈 단장 등 구단 전력 강화 위원들에게 설파했다. 그리고 31일 수원 구단으로부터 최종 사령탑 제의를 받은 변성환 감독은 부랴부랴 짐을 싸 전남 목포에서 수원으로 올라갔다.

부산전 하루 전날인 6월 1일에서야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 변성환 감독은 짧은 오전 훈련을 마치고 곧바로 부산 원정을 떠났고, 2일 부산전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기며 감독 데뷔전에서 지긋지긋한 5연패를 끊어냈다.


그러나 부산전을 마친 변 감독의 마음은 한층 복잡해졌다.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변 감독은 귀가도 포기하고 밤을 새워 경기를 복기했다. 고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전반전은 너무 일방적으로 밀렸는데?) 사실 부산전에 들고나온 5백은 제가 좋아하는 게임 모델이 아니에요. 그런데 이미 일주일 동안 훈련을 해와서 변화를 줄 수 없었어요. 전반전은 저도 많이 답답했어요. 원래 미드필더에서 블록을 형성하는 5-4-1 형태로 상대를 당겨놓고 배후 공간을 치려 했거든요. 그런데 라인만 잡았지 상대 선수 체킹, 공간 커버가 전혀 안 되더라고요. 대응법이 아직 부족했던 거죠. 후반전 5-2-3으로 바꿔서 양쪽 윙 포워드를 안으로 집어넣어서 상대 미드필더를 견제하는 방식으로 수비를 바꿨더니 안으로 들어오는 패스가 차단되며 점점 흐름을 가져오더라고요. 상대 체력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종성 선수 득점 후에는 완벽히 분위기를 가져왔죠."

부임 하루 만에 치른 부산전. 가까이어서 지켜본 수원 선수단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승격을 위해 시간이 부족한 만큼 변 감독은 하루 빨리 진단을 내려야 했다.

"선수들이 정말 '냉정히'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수요일 훈련 전 미팅 때도 정말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보자고 말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나는 수원을 반드시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할 생각입니다. 물론 선수단 보강에 대해서도 단장님께 강하게 요청을 했고요. 부산전 마치고 이 부분에 대해서 새벽까지 단장님과 통화를 했어요. 솔직히 다이렉트 승격은 현재 확률적으로 쉽지 않아요. 다이렉트 승격을 위해선 7패 이상 하면 안 되는데, 수원은 벌써 7패를 했어요. 목표를 세웠죠. 플레이오프를 통해서 반드시 '승격'을 하겠다고요. 저는 승격이라는 명확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 계획을 짜고 있어요."

변성환 감독은 단순히 결과를 내기 위한 축구가 아닌 과정에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공격 축구'를 통해 승격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저는 4백을 사용할 겁니다. 승점 관리할 때 혹은 결과를 가져 와야 할 때 5백을 쓸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무조건 4백을 쓸 생각입니다. 저는 공격 숫자를 위쪽에 더 많이 두는 것을 좋아하고 공격수들이 위쪽에서 상대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공격적으로 접근할 생각입니다."


'리얼블루'가 주를 이뤘던 수원의 감독들. 그만큼 선수들도 외부에서 온 변 감독이 낯설기는 마찬가지인 상황. 변성환 감독은 선입견을 품고 선수들을 절대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며 "난 너희들을 반드시 되살릴 것이다."라고 신뢰를 당부했다.

"저는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선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나쁜 선입견으로 바라보지 않을 겁니다. 저는 선수들을 버린다고 생각 안 해요. 저는 선수들을 제 사람으로 만들 거예요. 대신 여러분도 제 축구 철학과 문화를 반드시 존중해야 해요. 저는 전진우도 반드시 살려 놓을 겁니다. 분명 재능은 있어요. 축구하는 방법론만 알려주면 충분히 과거의 기대치를 되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진우를 끄집어낼 생각입니다. 제게는 진우가 필요해요."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어 성인 선수들을 대하는 것에 약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변성환 감독은 단호했다.

"제 축구 철학 첫 번째는 '소통'이에요. 어떠한 문제도 소통으로 해결해야 하고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내부에서 다 해결하자는 겁니다. 또 강조하는 건 인성입니다. 좋은 축구선수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는 걸 원해요 저는. 좋은 축구 선수가 개인의 우선 순위로 올라가면 사건이 터질 수 있어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좋은 축구 선수가 되는 건 당연히 따라와요. 연봉도 올라갈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자유를 보장하겠지만, 우리 유니폼을 입는 그 순간부터 저는 강한 규율을 적용할 겁니다. 이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어요. 코칭스태프도 물론이고요."


공부하는 지도자로 소문난 변성환 감독은 이 분야를 선점하고 있는 광주 이정효 감독을 향해서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축구에 미쳐있는 모습이 이정효 감독을 꼭 닮았다.)정효 형이요? 부산 때부터 잘 아는 형이에요. P급 동기이기도 하고요. 연락도 종종 하고요. 캐릭터는 비슷합니다. 사실 이정효 감독이 지금 하고 있는 축구를 제가 먼저 했어요 하하 . 저도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좋아하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누가 더 점유하며 경기를 펼치는지 꼭 한 번 광주랑 진검승부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원정을 홈으로 만들어주는 든든한 수원 팬들에게도 응원을 당부했다.

"수원이라는 팀은 기다려주는 팀이 아니에요. 저도 그걸 알고 시작했어요. 물론 수원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지만, 변화할 게 많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희망도 많다는 거 아닐까요. 부산전만 해도 원래 수원이 65분 이후에 균형이 무너졌는데, 부산전은 반대였잖아요. 한번 탄력을 받으면 무섭게 달라질 거로 생각합니다."

10년 만에 프로 감독이라는 꿈을 이뤘다는 변성환 감독. 수원 팬들과 함께 '명가 부활'이라는 꿈도 실현시켜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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