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버스의 ‘꿈’…결국 요금통이 문제일까?

입력 2024.06.08 (22:25)

수정 2024.06.08 (22:30)

[앵커]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미국에선 무료 대중교통이 속속 도입됐습니다.

이후 무료 대중교통을 확대한 곳도, 시험 단계를 더는 연장하지 못하고 종료한 곳도 있는데요.

장점도 있지만, 예산 투입의 효과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뉴욕 박일중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보스턴 외곽에 사는 주주는 시내로 출퇴근합니다.

시급 18달러의 보안 업무를 위해서입니다.

자가용이 없는 집안 형편에 무료 버스가 없었다면 시내에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주주/무료버스 이용객 : "I feel like it's good. It saves money, you know. And I feel like we need more free rides. Because paying for every single bus that you get on, and then including the trains, there's a lot."]

1달러 70센트의 요금이 부담이었던 학생들도 이젠 버스로 등하교합니다.

[레베카/학생 : "(주중에는) 거의 매일 타요. (무료버스 전에는 학교에 어떻게 갔어요?) 걸어 다녔어요. (얼마나 걸려요?) 30분요."]

코로나 19 대유행 때 시작된 보스턴의 무료 버스는 3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마야 머드갤/보스턴 대중교통 기획자 : "28번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코로나 19 대유행 때도 집에 머물 수 없는 일선 그리고 필수 노동자였습니다. 그래서 승객수가 유지됐던 거죠. 그래서 그들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3개 무료 노선을 다른 노선과 비교한 결과 승객 증가율이 두 배 가까이 됐고, 승객의 26%는 한 달에 20달러 이상 아꼈다고 답했습니다.

[칼라/무료버스 이용자 : "고지서를 내거나 아이한테 쓰거나 저한테 쓰고, 저축도 더 하죠."]

대중교통을 아예 전면 무료화하고, 이를 영구화한 곳도 있습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선 아무 버스나 공짜로 탈 수 있고, 새 버스엔 아예 요금통이 없습니다.

[무료버스 이용자 : "전보다 더 많이 돌아다녀요. (운전할 때는) 기름값을 내야 했으니까요."]

지역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당국의 평가입니다.

[헨리 벤던/리치먼드 교통공사 대변인 : "급행버스인 펄스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부동산 가치가 다른 지역보다 20% 이상 높아졌어요. 대중교통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요금이 사라지면 버스 운행 속도도 빨라진다고 찬성하는 쪽은 주장합니다.

무료버스는 아무도 요금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문은 물론 뒷문으로도 아무렇게나 탈 수 있습니다.

타고내리는 시간이 줄고, 요금 문제로 다툴 일도 없습니다.

[버스 기사/보스턴 : "무료 버스가 더 빨라요. 승객이 빨리 타요."]

[버스 기사/리치먼드 : "요금을 낼 필요가 없어요. 그냥 올라타서 앉기만 하면 돼요. 그러면 끝이죠."]

이런 장점에도 반대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버스 증편 등 새로운 투자 없이 승객만 지나치게 늘면 서비스 질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겁니다.

[나레이/무료 버스 이용자 : "공짜니까 누구나 타죠. 덥고 붐벼요."]

무료 대중교통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도 의견이 갈립니다.

버스 운행 속도가 빨라지면 온실 가스가 줄어든다는 의견과, 정작 중요한 자가용 운전자들을 유인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맞섭니다.

[자가용 운전자 : "특별히 운전 대신 버스를 타지 못할 이유는 없어요. 거의 평생, 성인이 돼서 대부분을 운전해왔을 뿐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산입니다.

미국의 무료 버스는 코로나19 대유행 때 연방 정부 자금 700억 달러, 우리 돈 약 100조 원으로 시작됐는데, 이 기금이 거의 소진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험 운행을 시작한 뉴욕 시의 경우 한 노선에 3백만 달러가 드는 부담에 올해 결국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니콜라스 블룸/뉴욕 헌터대학 도시 정책 교수 : "대도시는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요. 요금을 많이 징수해왔습니다. (대중교통을 무료화하면) 결국 그 돈을 채워야 해요. 시나, 주나, 연방 정부에 기대야 합니다."]

이에 대해 찬성 쪽은 없어지는 요금 징수 비용까지 감안하면 예산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트레이시/라이버블스트리트 대표 : "교육이나 건강, 학교, 도서관 등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 건 아니지만, 정부가 내는 많은 것들이 있어요. 그것들이 무료여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겁니다. 우리는 대중교통을 그렇게 접근하고 싶습니다."]

현재 미국 내에서 무료 대중교통을 운영하거나 시험하는 기관은 40여 곳에 이릅니다.

자가용 운전이 당연시되는 미국에서 새로운 변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뉴욕에서 박일중입니다.

촬영:서대영/자료조사:최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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