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백색실선 침범 사고 처벌 불가”…20년 만에 바뀐 판례

입력 2024.06.21 (12:36)

수정 2024.06.21 (13:05)

[앵커]

차로 변경을 금지하는 백색실선을 넘다가 사고를 냈다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기존 판례가 20년 만에 바뀌게 된 건데 이유가 뭔지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현행법은 교통사고를 내더라도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특례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음주운전이나 신호위반 같은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처벌 면제에 해당하지 않아 예외적으로 무조건 형사 처벌됩니다.

이같은 12대 중과실 중엔 '통행금지 안전표지를 위반해 운전한 경우'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차로 변경을 금지하는 표시인 '백색실선'을 넘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운전자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될까요.

2021년에 난 한 사고로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대구의 한 도로에서 유턴 차로인 1차로에 정차 중이던 A 씨.

차선 변경을 금지하는 백색실선을 넘어 2차로로 차를 틀었습니다.

마침 2차로를 달리던 택시가 A 씨의 차량을 보고 급정거했고, 이 때문에 택시 승객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검찰은 백색실선 침범 사고를 12대 중과실 중 하나인 통행금지 안전표지 위반으로 판단해 A 씨를 처벌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렇게 A 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쟁점은 '백색실선'을 '통행금지 표시'로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백색실선은 진로변경 금지를 의미하는 안전 표지이지, 통행금지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며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12대 중과실로 볼 수 없고 A 씨가 종합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검사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해당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2004년 백색실선 침범 사고를 통행금지 안전표지 위반,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봤는데요.

이번엔 어땠을까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하고 기존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이 '통행금지'와 '진로 변경 금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따로 만들어둔 점에 주목했습니다.

[조희대/대법원장 : "진로 변경 금지 위반이 통행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을 하는 것입니다."]

이어 대법원은 "교량이나 터널에서 백색실선을 넘어 앞지르기를 하는 경우 별도의 처벌 특례 배제 사유가 규정되어 있다"며 "백색실선을 통행금지 표시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중대 교통사고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민사상 책임은 여전합니다.

[김원용/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민사상으로는 과실로 평가될 수 있고, 중대 사고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운전자분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 처벌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통행금지의 의미를 엄격히 해석한 데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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